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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아파트'만 덩그러니…하루벌이 사라지자 급전도 실업급여도 엄두 못내[건설위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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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자리 붕괴 생계 위협
건설업 고용 상징 200만명
올해 1월 8년 만에 무너져
생활비 감당 못해 사금융 의존
실직 길어져 실업급여도 못받아

'유령 아파트'만 덩그러니…하루벌이 사라지자 급전도 실업급여도 엄두 못내[건설위기 보고서] 노동자 임금 체불로 11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대구 북구 아파트 건설 현장.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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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공사 현장은 적막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22일. 대구 북구 관음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한창 일할 시간인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현장 바닥에는 하얀 방수 덮개가 곳곳에 널브러진 자재 더미들을 감싸고 있었고 빛바랜 '추락주의' 현수막 아래에는 안전조끼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회색 콘크리트 골조를 그대로 드러낸 20층 아파트 사이에는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었다. 이곳은 임금이 밀리면서 11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유령 아파트'만 덩그러니…하루벌이 사라지자 급전도 실업급여도 엄두 못내[건설위기 보고서]


남구 대명동의 아파트 건설 현장도 조용했다. 준공예정일은 100일도 안 남았는데 공정률은 34%에 불과했다. 분양 미달로 사업비가 떨어지면서 공사를 멈춘 결과다. 대구역에서 차로 20분 거리로, 대중교통 인프라도 뛰어난 편이었지만 시장 침체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약 1만4000㎡(약 4000평) 규모 부지는 텅 비었고 지상층 기둥과 벽체를 세우기 위해 설치된 철근들은 1년째 방치됐다.


현장마다 미분양…유령아파트만 '덩그러니'

'악성 미분양 1위'라는 말이 실감 났다. 이 지역 아파트 건설 현장들은 처참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펜스로 둘러싸인 여러 현장을 지나쳤는데, 그중 상당수는 공사가 멈춘 상태였다. 가설 펜스만 설치한 채 수개월째 착공조차 못 한 현장, 철거하지 못한 빈집만 남은 재개발 구역, 입주를 2주 앞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분담금 갈등으로 멈춰 선 단지까지 사연도 제각각이었다.


'유령 아파트'만 덩그러니…하루벌이 사라지자 급전도 실업급여도 엄두 못내[건설위기 보고서] 공사가 중단된 대구 북구 아파트 건설현장. 안전조끼와 건설 자재들이 공사장 한쪽에 쌓여있다. 강진형 기자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근 지역들도 처지는 비슷했다. 부산 중구에서 만난 25년 차 건설 근로자 김모씨는 "경남권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 현장은 진주 한 곳뿐"이라며 "부산은 2022년과 비교해 현장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런 상황이 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40대 건설 근로자는 "시가 특례사업을 일부 진행 중이지만 외지 업체가 최저가에 수주하면서 인건비가 싼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주로 투입하고 있다"며 "기술을 갖춘 지역 인력은 현장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으로 침체의 여파는 번져 가는 분위기다. 인천 50대 건설 근로자 이모씨는 "지난 3월부터 일이 끊겼다"며 "가펜스를 쳐두고 수개월째 방치된 부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지방은 더 어렵다"고 했다.


'유령 아파트'만 덩그러니…하루벌이 사라지자 급전도 실업급여도 엄두 못내[건설위기 보고서] 대구 남구 대명동 아파트 건설 현장. 분양 미달로 사업비 조달이 막히면서 1년째 공사가 중단돼 있다. 강진형 기자

지표로도 위기의 여파는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은 대구가 -24.3%로 급감했다. 전남(-24.0%), 세종(-19.4%), 광주(-18.5%) 순으로 감소했다. 서울(-7.7%), 인천(-7.2%), 부산(-6.9%) 등 주요 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기간 전국 GRDP 증가율은 0.1%로, 전 분기(1.1%)보다 크게 둔화했다. 건설업 부진이 전체 지역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을 -6.1%로 전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2%) 이후 최저 수준이다. 투자 감소는 공사 수주와 착공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고용과 자재 수요도 동반 감소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시공 실적(건설기성)은 전년 동기 대비 21.2% 줄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급여도, 보험도…사회안전망에서 밀려나는 건설 근로자들
'유령 아파트'만 덩그러니…하루벌이 사라지자 급전도 실업급여도 엄두 못내[건설위기 보고서]

건설 경기 한파의 직격타는 취약계층인 일용 근로자들에게 닥친다. 건설업 고용을 상징하던 '200만명'이라는 숫자는 올해 1월 무너졌다.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이어 6개월째 19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6만명으로 전년 대비 9만7000명 줄었다.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하루 벌이 일자리가 사라지면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한다. 급전이나 사금융에 의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씨는 "수입은 들쑥날쑥한데 카드값과 생활비는 계속 나간다"며 "실업 기간이 짧을 때는 실업급여가 최저 생활비 유지 수단은 됐는데 지금처럼 일이 계속 없으면 실업급여마저 끝나기에 답이 없다"고 했다. 일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업급여 수급 요건(최근 18개월 중 180일 이상 근로)을 채우기 어려워진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1개월 이상 고용, 월 8일 이상 일해야 하지만 이 기준을 넘지 못해 자격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사 중단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안전망에서도 점점 배제되는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은 타격이 크다. 직장가입자 자격을 잃는 순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며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고정 지출이 추가된다.


굴착기나 타워크레인 기사처럼 중장비를 운전하는 건설기계 종사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분류돼 실업급여 대상조차 아니다. 1인 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일감이 끊겨도 복지안전망에서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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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에서 덤프트럭을 몰던 한 50대 남성은 지난해 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료 김모씨는 "공사가 중단되면서 기름값과 자갈값까지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했지만 대금은 들어오지 않았다"며 "자식 대학 졸업까지 시킨 사람인데 혼자 끌어안고 견디다 그리됐다"고 토로했다. 덤프트럭이나 굴착기 장비는 대부분 할부로 운영된다. 월 납입금만 400만원에 달한다. 연체가 이어지면 금융회사가 장비를 회수해 공매한다. 생활비 카드 대금까지 밀릴 경우 삶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건설위기 보고서' 글 싣는 순서
<1-1> 공사 멈춘 건설현장, 무너진 일용직 삶
<1-2> "3~4곳 추가 부도"…정리대상 된 중견 건설사
<2-1>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
<2-2> 다주택 규제 완화, 지방 부동산 회복 열쇠
<3-1> "하루하루 피 말라" 흔들리는 하청·후방업계
<3-2> 대형사도 못 피한 임금체불
<3-3> LH·지자체도 임금체불
<3-4> 대통령도 나섰다…수직 구조 개혁 시급
<3-5> 불법 재하도급 없이 버틴 이 회사
<3-6> 무너진 현장에서 손잡았다
<4-1> 외국인 건설인력, 내국인 일자리 잠식
<4-2> '외국인 규제' 아닌 '내국인 보호'로
<4-3> 채산성 악화 근본 원인 '잦은 재시공'



대구=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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