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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시리아, 수십년만에 세계로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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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 지정학적 재정립 신호
시리아 경제 재건 불씨도
전세계 고민, 난민 정책 분수령 될 듯

[글로벌 포커스]시리아, 수십년만에 세계로 나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 5월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왕궁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과정에서 이뤄졌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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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11일 행정명령 13338호(시리아 특정 개인의 재산 동결 및 특정 물품 수출 금지)로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를 종료하고 해당 명령을 폐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시리아에 대한 21년간의 경제·금융 제재를 전격 해제했다. 이는 지난 5월 중동 순방 당시 "시리아에 기회를 줄 것"이라며 제재 해제를 공언한 지 두 달 만에 나온 파격 조치다. 시리아의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도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 수립 의사를 밝히며 화답했다. 다만 시리아는 독재와 내전으로 누적된 ▲정세 불안 ▲경제난 ▲난민 문제 등 삼중과제를 안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 인구의 90%가 빈곤 상태로, 국가 전력 공급은 하루 평균 2시간에 불과하다.


남한 1.85배 국토에 국민은 절반 이하
[글로벌 포커스]시리아, 수십년만에 세계로 나오다

시리아의 국토는 한국(남한)의 1.85배인 18만5180㎢에 달한다. 여기에 2023년 집계 기준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44.3%) 국민들이 거주한다. 중동 지역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통하며, 이 때문에 수십년간 러시아와 이란, 튀르키예, 이스라엘과 미국 등 외부 세력들의 다툼에 휘말렸다. 지난해 12월 무너진 알아사드 정권의 2대에 걸친 독재 속에서 약 14년간 내전을 겪어온 나라이기도 하다. 내전은 열강들의 '대리전'으로 변질돼 양측의 군사적·금전적 힘겨루기 속에서 장기화했다.


미국의 최초의 시리아 제재는 4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전 세계에서 냉전 영향이 가시기 전 시리아에서 집권한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은 소련 편에 섰고, 1979년 미국은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시리아는 1983년에는 레바논 내전 중 미국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4년 미국은 시리아 정부 재산을 동결하고 수출 제한 제재를 단행했으며 알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을 계속하자 2011년 추가 제재를 내렸다. 2011년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글로벌 포커스]시리아, 수십년만에 세계로 나오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작년 12월 알샤라 대통령이 당시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하고 정권 이양을 주도하면서부터다.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라는 이름으로 활약한 그가 설립한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지난해 12월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 한때 미국의 현상수배범이었던 알샤라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5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왕궁에서 악수하는 모습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취재진과 만나 알샤라 대통령에 대해 "젊고 매력적인 터프가이"라며 "강력한 과거를 가진 전사"라고 묘사했다.


올 상반기 한국이 시리아와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지난 4월 10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극비리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했고, 마침내 양국 수교가 성사됐다. 이를 두고 외교부는 "지난해 쿠바와의 수교 이후 유일한 미수교국으로 남아 있던 시리아와 외교관계를 수립함으로써 우리나라는 191개 유엔 회원국 모두와 수교를 완결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관계 회복…경제 재건도 과제
[글로벌 포커스]시리아, 수십년만에 세계로 나오다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 시리아는 자국 정세 안정화와 경제 재건 및 난민 문제를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을 휴전시킨 이후 '아브라함 협정'을 다음 의제로 띄우고 있다. 시리아 역시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를 꾀하는 대상국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도 지난달 말 인터뷰에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증오하지 않고, 이스라엘에 대한 종교적 원한을 품고 있지 않으며, 국경에 평화를 바란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벌어진 일은 우리가 모두 '이제 멈추고 새로운 길을 열자'고 말할 기회"라며 "중동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포커스]시리아, 수십년만에 세계로 나오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은 미국의 호의에 화답하듯 외교 관계 회복을 시도 중이다. 아사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무장관은 미국과 협력해 1974년 이스라엘과의 철수 합의 복원에 나설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샤이바니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며 "1974년 협정 복원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고자 하는 다마스쿠스의 기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유엔의 감시를 받는 완충지대를 조성해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군사 충돌을 막는다는 내용의 협정이었다. 하지만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실질적으로 지배해왔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을 자국에 합병했다면서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대에 걸친 독재에 이어 시리아 내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는 피폐해졌다. 앞서 유엔이 추산한 재건 비용은 2500억달러(약 290조원)이나 된다. 알아사드 정권은 이보다 훨씬 많은 4000억달러(약 450조원)가 들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세계은행이 추정하는 시리아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기준 약 210억달러로 전쟁 이전 수준의 20% 이하로 급락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시리아 인구의 90%가 빈곤 상태에 처해 있으며, 국가에서 공급하는 전기는 하루 평균 2시간에 불과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민간 발전기나 태양광 대체재도 대다수 국민에겐 감당하기 힘든 대상이다.


다만 긍정적인 점은 미국의 제재 해제로 인해 시리아 내 외국인 투자와 재건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국 역시 지난 5일 시리아와 외교관계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외교 단절 후 14년 만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국가 재건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이날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시리아 내 잔류 화학무기 제거를 돕도록 200만파운드(37억원)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다만, 부패한 정권과 구조가 그대로인 상황에서의 투자 확대는 불균형을 키우고 갈등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기상조' 논란에도 유럽 난민 송환 서둘러
[글로벌 포커스]시리아, 수십년만에 세계로 나오다

시리아 정세가 안정화되기 전 난민들을 수용했던 유럽 국가들이 난민 정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 가능성도 제기됐다. 시리아에 대한 공식적 외교 정상화가 시작되면, 일부 유럽 국가들이 시리아 난민을 '돌려보내도 되는 나라'로 간주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는 최근 형사 유죄 판결로 난민 자격을 박탈당한 32세 시리아 남성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했다고 AFP통신 등은 지난 3일 전했다. 이는 시리아 정권 교체 후 유럽 내 첫 강제 송환 사례로,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인권단체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반발하는 부분으로, 난민 귀환은 고문·체포·빈곤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지적이 있다. UNHCR은 시리아의 전반적인 상황 탓에 "시리아인들은 EU를 포함해 어떤 나라에서라도 본국 어디로도 강제 송환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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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난민 수용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유럽 각국에서는 반(反)난민 정서를 앞세운 극우 정당들이 최근 급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 3일 시리아 신정부와 협력해 시리아 국적 범죄자들을 강제 송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독일 연방이민난민청은 작년 12월 시리아 내전이 반군 승리로 끝난 직후 망명 심사를 보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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