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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적자 폭탄' 감세안…트럼프의 부채위기 해법은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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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바보 한 명 때문에 매년 앉아서 (국채 이자로) 600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한 말이다. 취임 전부터 줄곧 금리 인하를 요구해 온 그는 최근 들어 그 이유로 국채 이자 부담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막대한 연방정부 부채와 이로 인한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를 금리 인하로 돌파하려는 트럼프의 압박도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이자 지출 규모는 2024 회계연도 기준 9490억달러다. 전체 예산의 14%로 국방비(8260억달러)를 웃돈다. 트럼프는 "금리를 2.5%포인트 낮춰 바이든의 단기 부채로 인한 (이자) 수십억달러를 절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후 저금리 환경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1년 미만 단기채 발행을 늘렸고, 이 같은 차입 구조가 Fed의 고금리 전환과 맞물리며 국채 이자 부담이 가중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끈질긴 금리 인하 요구가 단순히 기존 부채에 대한 이자 절감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트럼프가 서명해 공식 법률로 제정한 대규모 감세법안, 즉 트럼프의 핵심 국정 의제를 집약한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과도 맞닿아 있다. 소득세·법인세 인하, 팁·초과근무수당 면세, 국경 보안 예산 확대 등을 담은 이 법안은 재정적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이 법안으로 오는 2034년까지 정부 재정적자는 3조3000억달러 증가할 전망이다. 세수가 줄면 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지고,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이자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수 있다. 결국 트럼프가 집요하게 요구하는 금리 인하는 경기 대응을 넘어 감세 공약 실현을 위한 정치적 필수 조건인 셈이다.


국채 시장 반응은 당장은 잠잠하다. 일각에선 채권 시장이 감세안을 사실상 승인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국채 금리 급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정부나 중앙은행의 재정·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국채를 내다 팔아 응징하는 '채권 자경단'이 언제든 다시 움직일 수 있다. 특히 트럼프가 부채 위기를 타개하고자 노골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계속 흔들 경우, 시장은 미국 정부에 즉각적인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 미 경제에 대한 중장기 신뢰 우려로 달러, 국채 투매 등 미국 자산 전반에서 자본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연일 파월을 향해 "멍청이"란 막말을 쏟아내며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년 5월 임기 만료를 앞둔 파월의 레임덕을 앞당기려는 듯 파월 후임을 3명 안팎으로 압축했다는 얘기도 여러 차례 꺼냈다. 그의 지속적인 압박은 Fed 내부 기류에도 점차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기 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이사), 트럼프 지명으로 최근 Fed 부의장에 오른 미셸 보우먼은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Fed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던 인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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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4월 초 상호관세 발표 후 미 국채 투매가 발생하자 이를 90일간 전격 유예하며 공격적인 무역 정책에서 빠르게 물러섰다. 그는 이번에도 8일 종료 예정이던 유예 시한을 8월 1일로 다시 연장했다. 비합리적인 정책이나 정치 논리가 경제를 흔들 경우 시장은 반드시 그 대가를 청구한다. 트럼프가 부채 함정을 돌파하기 위해 꺼내든 금리 인하 압박 카드는 통화당국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미 경제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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