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에도 주담대 금리 되레 올라
반면 예금금리는 신속하게 인하…예대금리차 공시이래 최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히려 상승하는 '금리 역주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가 상승한 데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수요 조절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서다. 반면 예·적금 금리는 인하하고 있어 예대금리차는 공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주요 은행들은 이달 들어 줄줄이 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29일 이후 2주 새 우리은행은 0.15%포인트 인상, KB국민은행도 주요 비대면 주담대 상품 금리를 전월 대비 0.26%포인트 올렸다. 케이뱅크도 지난 2일 아파트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29%포인트 인상했다. SC제일은행도 오는 18일부터 주담대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5%포인트 축소할 예정이다. 우대금리를 축소하면 실질적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인상되고 있는 배경에는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은행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 금리는 은행채와 코픽스(COFIX) 등 시장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의 평균 금리는 2.883%로, 지난달 7일(연 2.685%)과 비교해 한 달 만에 0.198%포인트 상승했다. 지표금리의 상승으로 가산금리를 인하해도 최종금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2일 가산금리를 인하해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45%에서 연 3.41%로 낮아졌지만, 10일 기준 최저금리는 연 3.5%까지 올랐다.
여기에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과열 양상을 보이는 등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권에서 자체적으로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점도 영향을 줬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5월 기준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로 주택구입수요가 늘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난 데다,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까지 몰리면서다.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주담대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침체 및 저성장 우려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국채금리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반면 예금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9일부터 3개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상품에 따라 0.10~0.25%포인트 낮췄다. IBK기업은행(최대 0.25%포인트), SC제일은행(최대 0.20%포인트), NH농협은행(최대 0.30%포인트) 등 줄줄이 수신상품 금리를 내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의 1년 만기 예금의 기본금리(단리)는 1%대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15일 기준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의 기본금리는 1.85%, iM뱅크의 'iM주거래우대예금' 1.99%, BNK부산은행의 '더 특판 정기예금' 1.90%, 'LIVE정기예금' 1.95%, 제주은행 '스마일드림 정기예금' 1.90%로 나타났다.
예대금리차는 공시 이래 최대치로 벌어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월 기준 시중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35~1.51%포인트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신한의 예대금리차가 1.51%포인트로 가장 컸고, 국민(1.42%포인트)· 농협(1.38%포인트)·하나(1.37%포인트)·우리(1.35%포인트) 순으로 평균 1.41%포인트를 기록했다. 신한(1.51%포인트)과 하나(1.43%포인트)는 지난 3월 공시가 시작된 2022년 하반기 이래 최대 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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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에 (가계대출) 자율관리를 주문하고 있는데, 은행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금리 조절 외에 딱히 없다"면서 "DSR 3단계를 앞두고 대출금리를 내릴 경우 대출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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