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중국산 수입 비중 하락
동남아, 대만, 유럽 등 수입산 대체
중국, 수출 공급망 중심 영향력 확대
"한국, EU와 협력 확대 여지 커"
트럼프 1기 이후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 수입시장 내에서 중국산 첨단기술제품 비중이 30%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산 수입 비중을 동남아, 대만, 유럽이 대체하는 등 글로벌 교역 공급망에도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2일 발간한 '글로벌 첨단기술제품(ATP) 공급망 구조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미국 수입시장 내에서 첨단기술제품의 중국산 비중은 46.4%에서 16.3%로 3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첨단기술제품의 첨단산업 HS코드 분류 기준(총 10개 분야 665개 코드) 중 우리 신성장 산업 분류와 유사한 5대 핵심 분야(▲정보통신 ▲바이오 ▲전자 ▲생명과학 ▲광학)를 선정해 분석한 결과다.
같은 기간 내 미국 첨단기술제품 수입시장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 +9.5%포인트), 대만(+7.9%포인트), 유럽연합(EU, +7.0%포인트) 등이 비중을 급격히 확대하며 중국의 빈자리를 대체했다. 이는 트럼프 1기 이후 미국의 중국산 반도체 견제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제조공장이 밀집한 ASEAN과 대만으로 수입선이 일부 대체되고, 코로나19 이후 EU로부터 의약품 수입이 확대된 결과 등으로 풀이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기간 첨단기술제품 수입시장 점유율이 1.7%포인트 증가한 4.0%에 그쳤는데, 이는 점유율이 9.4%를 차지하는 전자를 제외한 다른 4개 부문이 낮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사회연결망 분석(SNA)을 통해 20개 주요국의 글로벌 첨단기술제품 공급망 영향력과 연결 능력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급부상하며 미·중 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조사 기간인 2014년부터 2022년 동안 글로벌 5대 산업 공급망에서 여전히 가장 큰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특히 수출 공급망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국가 간 첨단기술제품 공급망 연결 능력(매개성) 측면에서는 미국이 4대 품목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등 전자 부문에서 미국을 제치고 공급망 매개성 1위로 올라서며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이는 해당 분야에서 중국의 교역국가가 미국보다 많아 공급망 네트워크 내의 중요성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
첨단기술제품 공급망 클러스터에도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 현상은 두드러졌다. 미국과 중국은 5대 품목 모두에서 별도 공급망 클러스터로 분리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디커플링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클러스터와 정보통신 및 바이오 부문, 아시아 클러스터와는 전자·생명과학·광학 부문의 결집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보통신과 바이오 부문은 미국 클러스터, 전자·생명과학과 광학 부문은 중국과 같은 클러스터에 속해 품목별로 협력 대상국이 달랐다. 보고서는 5대 품목에서 우리가 EU와 서로 다른 클러스터에 속해있어 향후 교역 및 협력 확대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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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웅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미·중 기술경쟁과 공급망 재편의 교차점에서 전략적 포지셔닝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안으로는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공정과 제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꾸준히 개선하고, 밖으로는 첨단산업 선도국과의 전략적 공급망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종합적 통상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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