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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국거래소 가면 벗어야 자본시장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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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 이면엔 비상장 거래소 한계
통제 벗어나 시장 원칙 따라야

[논단]한국거래소 가면 벗어야 자본시장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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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한국 자본 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저평가에 시달려왔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 특유의 고질적인 거버넌스 문제와 자본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막는 배당소득세제가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한국거래소의 비상장 구조와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듯 한국거래소는 정부 산하 공기업이 아니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주요 주주는 NH투자증권, 한양증권 등 약 40개 민간 금융기관들이며 이들이 거래소의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민간 소유 구조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의 주요 인사나 제도 설계는 여전히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간접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겉은 민간회사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제 속은 관치기관이라는 비판이 계속되는 이유다.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은 이미 25여년 전부터 시장 중심 구조를 정착시켜왔다. 미국의 나스닥은 2002년, 뉴욕증권거래소는 2006년 상장하면서 주식 시장의 중심을 완전히 민간으로 이양했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과 영국은 2001년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했고,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 증권거래소가 통합된 유로넥스트는 2000년 상장했고 현재 유럽 최대 IPO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거래소가 '자본 시장 허브'로서의 독립성과 강한 추진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아시아의 경쟁국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자본 시장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크게 느낀 홍콩과 싱가포르의 거래소들은 똑같이 2000년에 상장한 이후 적극적인 해외 투자자 유치와 기민한 의사결정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금융허브로 떠올랐다. 낙후된 자본 시장 플랫폼이 아킬레스건이었던 일본 역시 2013년 도쿄와 오사카거래소를 통합하며 상장에 성공한 후 최근 성과를 얻고 있다. 간혹 대만처럼 비상장 거래소를 보유한 국가들도 있지만, 이들의 경우에도 철저히 정부의 간섭이 배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중국과 베트남처럼 공산당이 정권을 가진 국가들의 거래소들과 함께 정부의 통제를 강하게 받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거래소 중 하나가 되어 있다.


상장된 거래소들은 스스로가 시장의 감시를 받고, 시장과 경쟁하며, 시장을 설계하는 존재로 거듭나게 되었다. 상장되는 순간부터 거래소의 목적인 주주 이익 창출을 위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좋은 기업들을 선보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자본 시장은 더욱 활성화되었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며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이는 민영 백화점에서 매출 증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테리어를 단장하고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좋은 상품들을 선별하여 매장에 진열하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아직 한국거래소 모습은 과거 교과서 사진 속의 공산국가 국영백화점 모습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한국거래소도 더는 뒤처질 수 없다. 정부의 통제를 걷어내고,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과 투명한 경영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거래소 상장은 단순한 소유구조 개편이 아니라, 시장 중심 자본주의 질서를 회복하는 핵심 조치다. 거래소가 스스로 시장 원리에 따르지 않으면서, 자본 시장의 선진화를 논할 수는 없다. 이제 오랫동안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스스로 상장되어 거래소의 목표이자 국가의 목표이기도 한 대한민국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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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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