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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통합'을 말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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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선명성 경쟁이 만든 위기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옳고 그름의 기준 먼저 세워야

[초동시각] '통합'을 말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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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모두 '통합'을 말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성별, 세대, 민족 등 다방면으로 분열된 언어에 지쳐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이번 대선이 조기에 실시된 이유를 간과해서도, 잊어서도 안 된다.


지난 3년 동안 한국 사회를 요약하는 단어는 '정치적 선명성'이다. 선명성 경쟁에서 나와 다른 이념은 곧 적이다. 타협은 사라지고, 작은 차이조차 즉시 배제된다. 차별은 이렇게 정당화된다. 내 생각과 다른 것, 내가 싫어하는 대상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도 당연해졌다. 그 결과 사적인 영역에서 남몰래 생각하던 '부끄러움을 모르는 말'은 공적인 영역을 점거해버렸다.


가령 죽음 앞에서 최소한의 예의가 사라졌다. 한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현대사의 비극에 대해 반성과 공감대가 존재했다. 4·19,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굳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는 이념 전쟁에서 살아남은 우리에게 정치적 중립지이자 정서적 완충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현대사의 비극은 선택적으로 폭동이라 매도됐다.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마저 정치적 공격 대상이 되어버렸다. 역사적 사실뿐만이 아니다. 어느 순간 사망자가 대거 발생한 사건·사고를 대하면 함께 슬픔을 나누기보다 이념적으로 피아(彼我)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비극 앞에서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죽은 자를 모욕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정치적 선명성을 경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망자를 두 번 죽인다.


정치적 선명성이 극단적으로 발현된 것은 지난해 12월3일이다. 우리가 모두 함께 경험한 그 밤이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공수부대를 국회에 투입했다. 헬기가 국회의사당에 자리 잡고 무장한 군인들이 사람들과 뒤엉켰다. 새벽이 되어서야 간신히 상황이 수습됐다.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전 대통령은 "야당의 정책 발목잡기, 입법 폭거, 예산 일방 삭감"을 근거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단지 '내가 정치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나와 이념이 다른 사람)'을 제거하고 싶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정치적 선명성은 더욱 강화됐다. 우리 진영의 세력 확장을 위해서라면 상관없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사상 초유의 '서부지법 난동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치적 선명성이 사라지면 "당의 뿌리마저 흔들리게 된다"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옳고 그름의 판단도, 염치도 사라졌다. 이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서 양비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비 판단만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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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우리는 통합을 말하기 전 먼저 옳고 그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대선은 왜 치러졌는가. 정치적 선명성 경쟁을 두고 보는 것이 옳은가.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자는 누구인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이런 발언들에 대해 침묵할 것인가. 정치 영역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오염된 것은 아닌가. 적어도 지켜야 할 선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다 묻고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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