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7개월 만에 최저
현대차 환율 5% 하락 순익 1600억 ↓
지난해 고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던 국내 자동차 업계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악재에 휩싸였다.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로 수출마저 부진한 상황이라 당분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조짐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60원 선까지 후퇴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수천억원대 순이익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4% 오른 1453원을 기록했으나, 2분기 들어 내리막길을 걸으며 26일 1365원(종가 기준)까지 떨어졌다. 전 분기 평균 대비 하락 폭은 6%에 달한다.
현대자동차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하면 순이익(법인세 차감전)이 1595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의 경우도 환율이 10% 하락하면서 순이익이 1328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환율 변동 폭을 고려하면 1분기 대비 순이익이 600억원 이상 빠질 것으로 추정된다.
KG모빌리티도 10% 환율 하락 시 순이익 기준 84억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에는 2분기부터 자동차 수출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1~20일 승용차 수출액은 30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부품 수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7% 급감한 9억100만달러에 그쳤다.
자동차 수출 부진은 주요 시장인 북미 지역의 수출 위축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2일(현지시간)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현지 판매가 위축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기준 대미 자동차 수출은 2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8%, 4월에는 28억9000만 달러로 19.6% 하락했다. 현대차가 지난달 미국에 수출한 물량도 5만1148대로 전년 동월(6만3939대)보다 20.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격한 환율 변동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자동차는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이 상승할수록 원화로 환산한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늘어나는 반면, 환율이 하락하면 정반대 효과가 나타난다. 현대차는 작년 기준 고환율 효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590억원, 6010억원 가량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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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는 5월 대미 자동차 수출 실적이 향후 영향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불확실성으로 가격 변동 요인이 생긴 만큼 미국 현지에서 당분간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대부분 완성차가 1~2개월 간 현지 판매 가격을 동결키로 했지만, 이달부터 소비 침체 여파가 판매량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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