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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으로 세상 바꾸려 했지만, 막다른길에 몰린 억만장자[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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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
창업자, ‘쿠키도우’ 맛 발명해 신드롬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 내는 기업 이미지
모회사와 갈등 빚으며 막다른길 몰려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대표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가 모기업인 유니레버와 사회·정치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벤 코헨 창업자 간 불협화음으로 위기에 놓였다. 아이스크림을 팔면서 사회 운동도 펼친다는 코헨 창업자의 신념이 그동안 벤앤제리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반감이 거세져 모회사 유니레버도 손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스크림으로 세상 바꾸려 했지만, 막다른길에 몰린 억만장자[맛있는 이야기] 미 상원 청문회 도중 돌발 시위를 벌이다가 붙잡힌 벤 코헨 벤앤제리스 창업자. 벤 코헨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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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도우' 발명해 美 대표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유니레버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중 하나인 벤앤제리스는 1978년 미국 버몬트주에서 공동 창업자인 코헨과 그의 친구 제리 그린필드가 세운 작은 회사에서 출발했다.


선천적으로 후각을 느낄 수 없었던 코헨 창업자는 아이스크림의 식감을 매우 중시 했는데, 이러한 특징은 쫀득하고 씹히는 맛이 있는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특유의 질감을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벤앤제리스는 1984년 초콜릿이 박힌 쿠키 반죽 덩어리를 바닐라 아이스크림 곳곳에 끼얹은 '초콜릿 칩 쿠키도우' 메뉴를 발명하며 미 대륙에 '아이스크림 혁명'을 일으켰다.


아이스크림으로 세상 바꾸려 했지만, 막다른길에 몰린 억만장자[맛있는 이야기] 벤앤제리스의 초콜릿 칩 쿠키도우 아이스크림. 벤앤제리스 홈페이지 캡처

두 창업자는 2000년 벤앤제리스를 글로벌 식품 대기업 유니레버에 매각했고, 매각대금 3억2600만달러(약 4446억원)를 손에 넣어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피인수 기업의 경영철학은 유지되기 어렵지만, 코헨 창업자는 벤엔제리스를 매각할 때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권을 확보해 유기농 식자재와 건강한 젖소 우유만 공급받는다는 원칙과 사회적 취약자 고용 정책, 총수입의 7.5%를 청소년 교육에 기부하는 약속 등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사회에 목소리 내는 기업 이미지 만들었지만…양날의 칼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된 코헨 창업자는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면서 벤앤제리스가 '정의로운 아이스크림'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했다.


코헨 창업자는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여해 반향을 일으키는가 하면, 2016년에는 정치 로비 중단을 촉구하는 '각성한 민주주의' 시위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을 휩쓴 BLM(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에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걸 넘어 직접 사회 운동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를 두고 악시오스 등 미 정치 매체들은 "행동하는 자본주의자"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으로 세상 바꾸려 했지만, 막다른길에 몰린 억만장자[맛있는 이야기] 억만장자가 된 이후 벤 코헨(왼쪽)과 제리 그린필드는 사회 활동, 시위 등에 매진하고 있다. 벤앤제리스

그러나 코헨 창업자의 거침없는 행보는 벤앤제리스의 브랜드 이미지에 양날의 칼이 됐다. 특히 2021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에서 벤앤제리스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자, 국제 유대인 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보이콧에 직면했다. 그런데도 코헨 창업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기고 글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일부 정책을 반대할 수 있다"라며 "정책 비판은 반유대주의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결국 갈림길 선 기업…"우리를 자유롭게 해달라"

코헨 창업자는 끝까지 이스라엘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유니레버는 2022년 이스라엘 점령지 내 벤앤제리스 판매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두 기업 간 균열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벤앤제리스의 독립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모기업 유니레버를 고소했다. 이사회는 유니레버가 "벤앤제리스의 '진보적 입장'을 검열, 협박하려 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니레버는 반박 입장문을 내며 법원에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지난달 코헨 창업자가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상원 의사당에서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유니레버는 현재 벤앤제리스를 포함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아이스크림 사업부'로 분리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사회 활동에만 참여했던 코헨 창업자는 최근 투자자들과 벤앤제리스 재인수를 위해 접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헨 창업자의 의도는 벤앤제리스를 유니레버로부터 재인수하는 것이다. 현재 벤앤제리스의 기업 가치는 적어도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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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헨 창업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유니레버가 벤앤제리스를 인수했던) 2000년엔 그들(유니레버)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줬다"라며 "하지만 이제 우리의 관계는 갈림길에 섰다. 유니레버가 벤앤제리스를 자유롭게 해주기만을 바란다"고 전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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