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가 관세 납부 책임지는 DPP조건에 가격 실제보다 낮춰 기입
미국 정부가 중국산 상품에 매기는 관세를 대폭 인상한 가운데, 미국 중소기업들과 중국 업체들이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서로 짜고 관세 포탈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의 화학물질 공급업체들과 포장용품 업체 중 일부는 미국 중소기업들에 'DPP 조건'으로 물건을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DPP 조건은 '관세지급 반입인도조건'(delivery duties paid)의 약어로, 판매자가 운송비, 세금, 관세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해 구매자가 지정한 장소까지 상품을 인도하는 조건이다.
이런 조건으로 계약하면 외국 사업자인 중국의 판매 기업이 미국 제도상 '외국 수입자 등록인'(foreign importer of record·FIOR)으로 미국 세관에 신고하고 통관을 맡게 되며 관세 납부 의무도 지게 된다.
이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고 드물지 않게 쓰이는 방법이지만, 문제는 최근에 크게 인상된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이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려고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통관 서류에 가격을 실제보다 낮춰서 기재하거나 품목 설명을 실제와 달리하는 수법으로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할 관세보다 훨씬 적은 액수만 내고 있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외국 업체가 미국에서 FIOR로 등록하려면 소액의 보증금만 내면 되며, 이 때문에 FIOR로 등록한 외국 업체가 관세를 포탈한 사실을 미국 정부가 적발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실효성 있는 제재가 불가능하다.
외국 업체에 거액의 과징금이나 벌금 등을 매기더라도 실제로 이를 집행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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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기업들과 일하는 댄 해리스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이런 관세 포탈 수법에 협력한 미국 기업들을 제재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 업체들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다"고 FT에 설명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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