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윤석금, 여든에 다시 던진 '승부수'
프리드라이프로 명예회복 노려…'잔혹사' 끊을까
자식 같던 '코웨이'와 이제 상조시장서 맞붙는다
'승부수' 하면 떠오르는 인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여든의 나이에 또 한 번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섰다. M&A 무대에서 언제나 주목받아온 윤 회장이지만 그 주목도만큼이나 짙은 실패의 그림자는 'M&A 잔혹사'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그런 그가 국내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를 8830억원에 인수하며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의 이번 결단에는 그룹의 성장 동력이 급격히 오그라든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2022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 '웅진씽크빅'의 실적은 내리막이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2년 9332억원에서 지난해 8671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75억원에서 92억원으로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1억원 흑자에서 19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웅진씽크빅은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웅진은 이 같은 구조를 감안해 성인교육 시장에 진출하는 등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교육과 출판 중심의 사업 모델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눈을 돌린 분야가 상조시장이다.
웅진은 대규모 인수자금 조달 우려 속에서도 지난달 29일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와 프리드라이프 지분 99.77%를 883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급보증에 동원된 웅진씽크빅의 소액주주들이 계약 다음 날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도 이어졌다.
이러한 반응은 윤 회장의 과거 M&A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007년 극동건설을 시장 예상가의 두 배인 6600억원에 인수했지만, 이듬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촉발한 건설경기 침체로 큰 타격을 입었다. 경영난에 빠진 극동건설을 살리려 무리한 자금 수혈을 이어갔고, 결국 2012년 극동건설과 지주회사 웅진홀딩스가 동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이 과정에서 웅진코웨이·웅진케미칼·웅진식품 등 핵심 계열사까지 잃었다.
법정관리 졸업 4년 뒤인 2018년 10월, 윤 회장은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자식 같다"고 표현했던 코웨이를 그룹에 재편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그는 "나같이 가난하고 어려움을 겪어도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겠다. 기필코 성공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코웨이를 재차 매각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샐러리맨 신화'에 다시 한 번 금이 갔고, 투자자들의 신뢰에도 상처가 났다.
이런 전례 탓에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두고 과거 실책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자금 인수의 대부분을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웅진은 6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조달할 계획이며, 지난달 10일에는 DB증권, 우리금융캐피탈 등을 통해 연 5.8% 금리의 1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웅진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414%로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수준이며, 이자 비용도 2022년 209억원에서 지난해 243억원으로 증가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웅진은 '과거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웅진 관계자는 "인수자금 조달은 회사의 재무구조를 악화하지 않고,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무엇보다 주주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것을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윤 회장은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상조 상품이나 사업 모델 구상 등에 신경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인수 계약을 체결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웅진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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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의 행보와 관련해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과거 웅진의 계열사였던 코웨이도 상조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코웨이는 지난해 10월 설립한 자회사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통해 올 상반기 안으로 상조 사업을 본격화한다. 두 회사가 '토털 라이프케어'를 앞세워 정면 대결을 펼칠 예정인 가운데, 윤 회장의 M&A 잔혹사에 마침표가 찍힐지 주목된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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