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논문 수 및 인용, 상위 10곳 중 9곳이 중국
상위 10위 안에 미국은 '0'개
수출통제 만으로 美 우위 점하기 어려워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 대학과 연구진이 반도체 설계와 제조 분야 연구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9일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신흥기술관측소(ETO)가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어로 발표된 반도체 연구 논문 수 기준 상위 10개 기관 중 9곳이 중국 기관이었다. 이 기간에 매년 가장 많이 인용된 상위 10% 논문을 낸 기관 역시 8곳이 중국 대학으로 집계됐다.
중국과학원(CAS)은 이 기간 1만4300개 이상의 칩 관련 논문을 발표하며 발표 총량과 인용 수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CAS와 제휴한 중국과학원대학교(UCAS)는 약 7850개의 논문으로 발표 총량 2위, 인용 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했으며 칭화대학교는 4650편의 논문으로 발표 부문 5위, 인용 부문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미국 기관은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연구 논문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2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총 발표 논문 수나 인용 수 상위 10위 안에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반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만이 각각 총 논문 수 3위와 9위, 인용 수 10위로 이름을 올렸다.
ETO의 재커리 아널드 수석 분석가는 이번 분석이 주로 새로운 반도체 기술 분야의 학술 연구를 대상으로 했으며, 산업계 내부 연구나 특허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뉴로모픽 컴퓨팅(신경망 기반 컴퓨팅)이나 광학 컴퓨팅(빛을 이용한 정보처리)과 같은 분야에서는 중국이 논문 수 기준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도구를 제한하는 수출 조처를 하고 있지만, 연구 분야에서 이미 중국의 우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ETO 보고서 작성자들은 과학 저널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수출 통제만으로는 미국이 경쟁 우위를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에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으로 일부 성능을 낮춘 H20를 제작해 중국에 판매해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 출현을 계기로 이마저도 수출 장벽을 쌓았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엔비디아의 H20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할 때 새로운 수출 허가 요건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 조치가 오히려 중국이 자체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을 대체한다는 목표로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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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대학들은 칩 설계 및 제조 연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해 왔다"며 "또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영향을 미치고 중국을 경쟁에서 앞서게 할 수 있는 기초 연구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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