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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교황이 보여준 지도자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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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교황이 보여준 지도자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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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8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당시 런던에 있던 기자는 지하철 안에서 흐느끼며 우는 많은 사람을 목격했다. 그리고 2025년 4월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으로 또 한 번 전 세계인이 슬픔에 잠긴 것을 보고 있다. 애도에도 순도가 있다면 불순물이 포함돼 있지 않은 순도 100%의 슬픔일 듯하다. "이 정도로 존경받는 지도자였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 시간이다.


가톨릭 신자는 물론 다른 종교를 가졌더라도 누구나 한번은 꼭 만나고 싶어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명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욕과 권위를 멀리하고 청빈한 삶을 실천한 종교인으로 평가받는다.


교황은 마지막까지도 전쟁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촉구하고 인질을 석방해 평화의 미래를 열망하는 굶주린 이를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또 가장 높은 곳에 있었지만 몸을 낮춰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성소수자에 보수적이었던 종교적 전통을 허물어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공식 승인하고 성소수자까지 끌어안았다. 이로 인해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갈등과 분쟁으로 분열된 삶을 사는 우리에게 교황이 전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황이 보여준 포용과 관대함은 국가가 가진 힘에 따라, 또 국가 안에서 극우·극좌로 갈리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로를 배제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지금 이 시대 지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지금 세계는 약자를 끌어안아 함께 가려 하지 않고 더 강한 스스로를 만들기 위해 몰두하는 지도자들이 넘쳐난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미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가난과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회와 희망을 찾아온 이민자들에게 강경한 배척정책을 펴는가 하면 전쟁으로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는 지역이 어떻게 하면 미국에 이익으로 작용할지를 궁리한다. 높은 관세율을 무기 삼아 국가를 줄 세우기하고 미국 앞에 굽신거리게 한다. 다른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반기를 들면 '아웃'이다.


한국 안에도 독식을 위해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지도자들이 여럿 있다. 가장 최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원치 않는 세력들을 한 번에 축출할 수 있는 비상계엄이라는 칼을 잘못 꺼내 들었다가 파면됐다. '나만이 옳다'는 태도로 여러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못한 결과다.


다음 정권이 포용과 관용의 정치를 할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민주당 안에서 원톱이다. 충청권 경선 득표에서 88.15%의 높은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영남권 민주당 순회 경선에서도 득표율이 90%를 넘었다. 민주당을 1인 독재 체제로 만들어 놓은 이 후보가 의회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1인 독재 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 상대 정당의 염려가 나오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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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은 소수를 배척하고 다른 목소리를 배제할 때가 아닌 포용하고 경청할 때 가능해진다. 갈등과 분열을 겪으며 통합이 절실해진 대한민국에도 프란치스코 교황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박선미 기획취재부장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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