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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상승 나쁘지 않다?…'무소불위' 넷플릭스의 공생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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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아닌 K콘텐츠…APAC 입지도 불안
넷플릭스 투자는 계속 "예상대로 잘 성장"
제작비 상승 문제는 외면…국내 산업 초토 위기
"홀드백 당겨 괴멸한 영화 시장처럼 될 수도"

넷플릭스에서 K콘텐츠는 아직 주류가 아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105억4300만 달러(약 14조9542억원)다. 약 75%는 북미(46억2000만 달러)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34억 달러)에서 발생했다. K콘텐츠가 강세인 아시아태평양(APAC)에서는 12억6000만 달러(1조7883억원)에 그쳤다. 증가 폭(23%)은 가장 컸으나 북미의 27%, EMEA의 36% 정도였다. 북미와 EMEA를 합친 규모와 비교하면 16% 수준이었다.


제작비 상승 나쁘지 않다?…'무소불위' 넷플릭스의 공생 외면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가운데)[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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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는 넷플릭스가 매주 발표하는 시청 순위인 '넷플릭스 톱 10' 비영어권 부문에서 정상에 빈번하게 오른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연 2회에 걸쳐 발표하는 인게이지먼트 리포트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입지는 여실히 나타난다. 5만 시간 이상 재생된 오리지널 및 라이선스 작품의 시청 시간, 시청 수 등을 담은 자료다. 지난해 상반기 집계에서 상위 50편에 이름을 올린 작품은 세 편에 불과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14위·2920만 시청 수)'과 '기생수: 더 그레이(20위·2540만 시청 수)', '마이 데몬(43위·1770만 시청 수)'이다. 하반기 집계에선 네 편이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 2(1위·8650만 시청 수)와 '오징어 게임' 시즌 1(26위·2240만 시청 수), '엄마친구아들(34위·2030만 시청 수)',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1(46위·1720만 시청 수)이다.


'오징어 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하나같이 APAC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북미, EMEA 등으로의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K콘텐츠는 APAC에서의 독보적 입지도 위협받는다. 넷플릭스가 일본, 태국 등의 로컬 콘텐츠 규모를 확대하면서 격차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제작비 상승 나쁘지 않다?…'무소불위' 넷플릭스의 공생 외면 '오징어 게임'에서 주연한 배우 이정재(왼쪽)와 황동혁 감독[사진=넷플릭스 제공]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VP(Vice President·부사장)는 21일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열린 넷플릭스 인사이트 세션에서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K콘텐츠 투자에 큰 변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예상했던 대로 잘 성장하고 있다"며 "규모를 꾸준히 확장하며 투자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만큼 K콘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월정액 서비스 특성상 하나의 콘텐츠 또는 특정 카테고리가 사업을 견인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K콘텐츠는 매번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했다.


불안 요소를 말끔히 해소한 발언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 콘텐츠 산업은 최근 높아진 제작비 상승으로 몸살을 앓는다. 아직 북미 콘텐츠보단 저렴하나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사실 제작비 비교는 불가하다. 북미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수용된다. 반면 K콘텐츠는 여전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시장에서 소구한다.


미디어 산업 평론가 조영신 박사는 저서 '애프터 넷플릭스'에서 "방송 영상 시장으로 한정할 때 글로벌 시장은 대략 5000~6000억 달러 규모고, 이 중 아시아 시장은 1/3 정도를 차지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임계치에 거의 근접했거나, 넘어섰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투자 규모를 줄인다면 국내 콘텐츠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킬레스건은 넷플릭스발 콘텐츠 경쟁에서 비롯한 급격한 제작비 상승이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판이 커졌다. 현 상황에서 가격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은 그들뿐이다. 콘텐츠 생산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했던 지상파 방송은 비용 절감에 매달리고, 넷플릭스와 대립각을 세웠던 국내 OTT들도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제작비 상승 나쁘지 않다?…'무소불위' 넷플릭스의 공생 외면 '폭싹 속았수다'를 연출한 김원석 감독(가운데)[사진=넷플릭스 제공]

독주나 다름없는 행보에 불만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진다. 넷플릭스와 협력했던 제작사 대표 A씨는 "대한민국 모든 콘텐츠의 의사 결정권을 넷플릭스에서 쥐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넷플릭스의 허락 또는 확인 없이는 어떤 방송사도 드라마의 편성·투자를 확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작사 대표 B씨는 "한번 상승한 제작비는 내려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이대로라면 K콘텐츠의 경쟁력이 향상되더라도 전반적인 면역력이 약해져 작은 변화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제작사 대표 C씨도 "넷플릭스는 이미 홀드백(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IPTV, OTT 등에 유통되기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제도)을 무리하게 앞당겨 국내 영화 시장을 괴멸했다"며 "드라마 시장도 사실상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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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VP는 이들과 공생할 방안을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제작비 상승에 대해서도 "7~8년 전만 해도 외국에서 K콘텐츠는 공짜로 보는 작품이었지만, 이제는 돈 주고 보는 프리미엄 콘텐츠가 됐다.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하게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는 만큼 많은 제작비는 당연하다는 설명이었다. 넷플릭스는 2023년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등 영상 콘텐츠에 4년 동안 25억 달러(약 3조5552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방송사나 OTT는 엄두도 내지 못할 액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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