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EU 지도부에 美와 협상 촉구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관세를 둘러싼 미국과의 긴장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며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브뤼셀(유럽연합·EU) 탓"이라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은 연례 주주총회에서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협상을 관료들에게 맡겨서는 안 되며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르노 회장은 현재 시장 혼란이 세계 무역 긴장으로 인한 것이며, LVMH의 사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아르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관세로 인한 우려에 LVMH 주가는 1월 최고가 대비 35.7% 하락했다. 전날엔 장중 한때 프랑스 시총 1위 자리를 에르메스에 내주기도 했다.
LVMH는 패션·가죽, 화장품·향수, 시계·보석, 와인·증류주 등 사업을 영위하는 프랑스 명품 기업이다. 매출의 25%가 미국에서 나온다. 특히 와인과 증류주 부문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원안대로 적용될 경우 LVMH의 주력 제품인 유럽연합(EU)산 패션 및 가죽 제품에는 20% 관세가 붙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 상태다. 또 미국과 유럽 간 무역 보복 공방전으로 미국은 한때 샴페인과 유럽산 와인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아르노 회장은 미국 관세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기업이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한다고 들었다"며 "이는 기업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 브뤼셀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옹호하면서 EU가 "정치적 권력이 아닌 관료적 권력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규정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LVMH의 생산기지 이전 가능성이 제한적이며, 관세 위험을 완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루이비통 공방 세 곳과 티파니 주얼리 제작소 몇 곳을 제외하면 LVMH는 미국 내 생산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미국 텍사스에 있는 루이비통 생산 시설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저조한 곳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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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회장은 유럽 와인 생산자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영국이 협상 과정에서 더 구체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유럽 정부, 특히 프랑스 정부가 최대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특히 우리 와인 생산 문화에 있어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라고 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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