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5월 대선 앞두고 친러·친유럽 대립
지난해 러시아 선거 개입 의혹에 투표 무효화
야당, 친유럽 표심 분산 우려해 무소속 지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루마니아의 한 정당에서 지지율 5위권인 자당 후보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고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극우 성향의 후보들이 1, 2위를 달리자 3위 후보를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17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을 인용해 "루마니아 대선 후보 엘레나 라스코니(52)는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해 소속 정당과 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루마니아 중도우파 야당인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은 지난주 라스코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니쿠쇼르 단 부쿠레슈티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지난 10∼13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극우 성향인 제오르제 시미온 결속동맹(AUR) 대표와 빅토르 폰타 전 총리는 각각 33.4%, 24.7%로 지지율 1, 2위를 기록했다. 단 후보는 21.2%의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으며, 라스코니 후보는 약 5%에 그쳐 5위에 머물렀다.
만약 친유럽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이 라스코니와 단 후보에게 분산될 경우 극우 후보들이 결선에 진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USR 지도부는 "극우만은 막자"는 취지로 자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이에 라스코니 후보는 "지난해에도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결선에 오르기 어렵다고 나왔지만 결국 2위를 차지했다"며 "40%에 달하는 부동층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앞서 루마니아는 지난해 11월 대선 1차 투표를 치렀으나, 헌법재판소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이유로 무효를 선언하면서 이번에 재선거를 치른다. 지난 1차 투표 당시 라스코니 후보는 예상과 달리 약 19%를 득표해 결선 투표에 진출한 바 있다.
라스코니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에게 등을 돌린 USR 지도부에 대해 "배신자", "패배자"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당 지도부는 당원의 의사를 무시한 채 민주적 절차 없이 후보를 바꾸려 하고 있다"며 "선거 조작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USR는 라스코니 후보의 선거 자금도 단 후보 쪽으로 돌리려고 했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법적으로 불가하다고 통보하자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단 후보 지지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코니 후보는 당의 선거 자금 지원 중단 결정에 불복하며 법적 대응까지 나서는 등 혼란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루마니아는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친러시아 성향 후보와 친유럽 성향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EU에서도 극우 성향의 대통령이 출현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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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는 총리가 행정 실권을 가지는 이원집정부제 국가로 대통령은 외교·국방 관련 사안을 책임진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1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1차 투표는 오는 5월 4일 치러지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5월 18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당선자를 가린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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