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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상처만 남은 의대증원…개혁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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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정책 추진이 불러온 갈등
혼란 자초한 정부, 책임은 회피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의료개혁

[초동시각]상처만 남은 의대증원…개혁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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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의과대학 모집 인원이 3058명으로 확정되면서 일 년 넘게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몰고 왔던 '의대 2000명 증원'은 없던 일이 됐다.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는 하지만 필수·지방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의료개혁을 이루겠다던 정부가 의료계의 벽에 부딪혀 스스로 물러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환자 단체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울분을 터트린다. 정말 의사가 이겼을까?


지난해 2월 정부가 갑작스레 들고나온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은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대규모 증원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나 데이터 따위는 없었다. 정부의 '막무가내식' 증원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집단사직과 휴학으로 맞섰고 의료 현장은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가장 고통을 겪은 건 환자와 국민들이다.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는가 하면, 기껏 예약한 수술이 미뤄지는 일도 발생했다. 올해 들어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량이 의정 갈등 이전의 90%까지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이전처럼 세계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던 의료 시스템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 공백 속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된 재정만 이미 3조5000억원을 넘는다.


의료계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환자를 볼모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익명 커뮤니티에 쏟아진 젊은 의사들의 막말과 동기들의 수업 복귀를 감시하는 의대생들의 모습에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자기 살길을 찾아 떠난 전공의들은 탄핵 국면에선 '처단 대상'이 되는 수모를 겪었고, 25학번 의대생에겐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혜택을 받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기주의 끝판왕' '기득권 세력' 등과 같은 수식어로 '악마화'된 이들에게 이제 와 슈바이처와 같은 희생과 봉사 정신을 요구하거나 정부 정책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민망하다. 과연 앞으로 의사들이 누구의 말을 듣겠는가.


정부야말로 가장 우스운 꼴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의정 갈등 초기만 해도 전공의들을 향해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시 법적 절차에 따르겠다'며 증원을 강경하게 밀어붙이더니, 의료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서 '복귀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회유했다. 교육부는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의대생들의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수업 복귀율이 26%에 불과한데도 '학생들이 많이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며 슬그머니 증원을 원점화했다. 무엇보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의료 정책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의료계도 국민도 이제 어느 누가 정부의 말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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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의대 증원은 차기 정부에서 다시 원점에서 논의해야 할 일이 됐다. 정책은 잠시 철회된 듯 보이지만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방·필수 의료에 의사가 부족한 현실은 변함이 없고, 젊은 의사들이 피부과나 정형외과 등 '돈 되는' 과로만 쏠리는 구조 역시 그대로다. 그렇다고 국민과 의사, 정부 모두가 상처만 입은 채 그 어떤 성과도 없이 이대로 의료 개혁을 포기할 순 없다. 대한민국 의료가 자멸하지 않으려면 정치적 유불리나 집단의 이익보다는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짜 개혁 방안을 이제부터 다시 찾아야 한다.




조인경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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