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美 관세 우려
산불·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등 겹쳐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올해 성장률 역시 지난 2월 전망치인 1.5%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1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후 배포한 '2025년 4월 경제상황 평가'를 통해 "국내 경제는 경제 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글로벌 통상여건도 악화하면서 성장세가 지난 전망 경로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협상의 전개 양상, 추가경정예산의 규모와 시점, 경제 심리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 역시 크게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인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했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의 장기화와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로 3월 중 경제 심리가 다시 위축됐다"며 "여기에 대형 산불,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과 같은 일시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짚었다.
1분기 경기 부진에 최근 미국의 강도 높은 관세 조치까지 가세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성장률 역시 2월 전망치인 1.5%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국내 성장의 하방 위험이 상당폭 확대됐다"며 "내수는 정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면서 부진이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나 수출은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미 수출은 관세인상에 따른 미국 내 수입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둔화해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미·중 상호 간 보복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서 우리의 대중 중간재 수출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2대 교역국으로, 양국 간 통상갈등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관세 인상은 직접적인 무역 경로 외에도 무역정책 불확실성 증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같은 간접 경로를 통해서도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준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와 미·중 간 무역 갈등 심화 과정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한은은 "국가별 최종 관세가 어떻게 결정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기업의 주요 투자 결정이 보류되고 고용·임금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국내외 전망 기관의 예측치 역시 어둡다. 지난 10일 기준 주요 40여개 투자은행(IB) 등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치 중윗값은 1.4%, 하위 25% 값은 1.1%다. 기존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됐으며 높은 불확실성 속에 전망 분포도 넓어졌다.
한은은 "올해 국내 성장률은 글로벌 무역 협상 진전 추이, 추경의 규모와 시기, 경제 심리의 회복 속도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미국 상호관세가 당분간 유예되고 향후 미국과 여타 국가 간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텐데,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성장률 전망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 조사국은 무역 협상 진행 과정과 주요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을 점검해 다음 달 경제전망에 구체적인 전망 수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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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시 지난 전망인 750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1분기 경상수지는 상품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했으나, 수입이 원자재를 중심으로 더 많이 감소하면서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미국 관세정책 등의 영향에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축소될 전망"이라며 "서비스수지는 통상마찰에 따른 상품교역 감소로 운송수지 흑자가 줄면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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