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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장에 맞서려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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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장에 맞서려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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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 두려워하는 게 있을까. 말 그대로 무소불위다. 캐나다 총리를 미국 주지사 취급하고, 덴마크 땅 그린란드를 내놓으라 하며, 대학이든 언론이든 맘에 안 들면 협박하거나 무시한다.

‘관세맨’ 트럼프는 또 어떤가. 세계 각국에 무차별 관세 폭탄을 투하 중이다. 중국에는 무려 145%의 관세 폭탄을 던졌다. 100%가 넘어가는 관세는 그냥 폭탄이 아니라 핵폭탄이다. 사실상 무역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트럼프를 멈칫하게 한 존재가 있다. 바로 시장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채권 시장이고, 그 채권 시장을 움직여 트럼프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건 이름도 생소한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다.


하루가 멀다고 상호관세, 품목별 관세 등을 쏟아내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이날부터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를 중국 이외 국가들에는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잇단 관세 부과 발표로 주식 시장이 폭락해도 꿈쩍 않던 트럼프였다. 오히려 “해로운 전 세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먹어야 될 약”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랬던 트럼프가 ‘90일 유예’ 카드를 꺼내 들며 한발 물러선 이유는 뭘까. 트럼프의 말에 힌트가 있다. 그는 지난 9일 “채권 시장은 까다로워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젯밤에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3월28일 4.25%에서 4월4일 3.99%로 떨어졌다가 9일 4.33%, 10일 4.42%로 급등(채권가격 급락)했다. 누군가 미 국채를 투매했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채권 자경단이 등장한다. 1983년에 이 용어를 만든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트럼프의 '90일 유예' 발표 후 “채권 자경단이 또 홈런을 쳤다”고 했다.


채권 자경단은 채권 공매도 세력이다. 미 재정적자, 트럼프의 감세정책 및 마구잡이 관세정책 등으로 미 국채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고 인식한 세력들이 선제적으로 미 국채를 투매했다고 볼 수 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세력일 뿐 실체가 있지는 않다. 다만 이번 자경단의 한 축이 중국이라는 얘기가 돈다. 올 1월 주요 국가별 미 국채 보유량은 일본 1조793억달러, 중국 7608억달러, 영국 7402억달러 등이다.


채권 자경단은 이미 여러 나라를 곤혹스럽게 했다. 2010~2012년 남유럽 경제위기 때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를 투매해 이들 국가의 재정을 뒤흔들었고, 2022년 말에는 일본 채권 시장에 개입해 금리를 폭등시키기도 했다. 또 같은 해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를 취임 44일 만에 끌어내린 ‘트러스 모멘트(Truss moment)’도 채권 자경단의 작품이다. ‘트러스의 대대적 감세정책→세수 부족→국채 발행 증가’의 그림을 예상한 채권 자경단은 선제적으로 영국 국채를 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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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 초부터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채권 자경단 때문에 곤욕을 치를 것이라며 ‘트럼프 모멘트’를 경고해 왔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정확히 예측한 셈이다. 잠깐 물러섰지만, 여전히 시장에 맞서려는 트럼프. 그는 트러스와 달리 채권 자경단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자본 시장의 오래된 기본 룰이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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