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노인 일자리 '4만명' 종사
일반 가게와 차별성·경쟁력 숙제
"시키신 게 옥수수빵이었나?"
조금 느리고 서툴지만 정겨운 카페가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한 '시니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구정임씨(75)는 고구마 빵을 주문한 기자에게 옥수수빵을 시킨 건 아닌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녹차라테 한 잔을 만들 때도 옆에 있는 동료와 함께 상의하며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렸다.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구씨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매일 이곳으로 출근 중이다. 만 60세 이상인 사람이 일정 기간 교육을 받은 뒤 바리스타 자격을 얻으면 구씨처럼 시니어 카페에서 근무할 수 있다. 실제로 카페 한 편에선 6명의 수강생이 구씨처럼 시니어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었다.
65세 이상인 사람이 1000만명이 넘는 시대, 노인 일자리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17일 한국시니어클럽협회에 따르면 전국에는 지난해 기준 총 312곳의 시니어 카페가 운영 중이다. 전국의 시니어클럽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이런 시장형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시니어클럽협회는 지난해 기준 시장형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노인 인구가 4만명을 넘겼다고 추산했다.
구씨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이영희씨(64)도 바리스타 2급 자격을 취득한 뒤 3년째 시니어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다. 50대 중반에 건강상 이유로 일을 그만뒀던 이씨는 동네 체육관에서 우연히 시니어 바리스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그는 매일 커피를 내리고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는 일상이 너무 행복하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만, 구씨와 이씨는 일하는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곳 시니어 카페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인데, 5명의 바리스타가 돌아가면서 근무한다. 하루 3시간씩 주 2회 정도 일을 하는 셈인데, 한 달에 24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 인근 망원동에 있는 시니어 카페는 근무시간이 더 길지만, 그만큼 바리스타도 많아 상황은 똑같다. 이씨는 "공휴일이라도 끼는 날엔 월급이 더 적어진다"며 "근무 시간을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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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시장형 노인 일자리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선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노인 일자리 사업은 공익형 일자리를 위주로 진행됐는데, 최근 시장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추세"이며 "시장형이 공익형보다 급여는 더 낫지만,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느냐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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