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외국인 유치 경쟁 치열
외국인 전용 적금·신용대출…점포도 늘려
장기 체류 外人, 5년 새 26%↑
"다문화 사회로 가는 추세…기반고객 잡아야"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통장 개설과 송금에 한정됐던 서비스에서 벗어나 전용 신용대출과 적금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점포 수가 줄어드는 것과 달리, 외국인 특화 점포는 대거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용 상품을 준비하거나 점포를 확대하고, 주말에도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등 외국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이 과거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외국인 특화점포를 연다. 올해 1월 경남 김해에 1호 외국인 특화점포를 연 데 이어, 상반기에만 2개 점포를 신설하는 등 점포 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수도권에서 외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안산과 수원, 부천 등에도 점포 개설을 고민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연내 인천 남동공단에 외국인 전용 컬처뱅크(은행 창구와 함께 무료 진료소 등을 갖춘 복합 문화시설)를 신설하기로 했다.
금융서비스도 월급통장 개설과 송금 중심에서 자산관리 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하나EZ'에서 가입할 수 있는 적금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도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은 3분기 중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외국인은 그동안 주택 등 담보를 둔 대출만 가능하고, 신용대출은 사실상 받기 어려웠다. 은행권은 외국인이 다수 근무하는 기업과 협약을 맺거나,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앞다퉈 외국인 관련 서비스를 늘리는 것은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이 확대되면서 주요 고객군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265만783명이다. 이 중 91일 이상 장기 거주하고 있는 체류외국인은 204만2017명으로 집계됐다. 장기 체류외국인은 2020년 161만여명에서 5년 사이 26% 증가했다.
장기 체류외국인이 확대되면서 금융 거래가 다양해지는 것도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을 늘리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을 하다 보면 20년 이상 한국에 살면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을 만나기도 한다"며 "이들은 사실상 한국인들과 똑같은 금융 거래 니즈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인구 전체의 5%가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적으로 이미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며 "외국인의 금융거래가 늘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 준비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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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거래가 일상이 된 것과 달리, 외국인들은 여전히 점포를 활용하고 있는 것도 점포 수를 늘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지점 이용객은 고령층 아니면 외국인이 대부분"이라며 "전체 점포 수는 줄고 있지만 외국인 특화 점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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