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값 20㎏에 16만8800원…한국쌀보다 3배 비싸
일본에 한국쌀 반입하려면 '수출식물검역증명서' 발급해야
검역증명서 발급물량 1년새 16㎏→1250㎏
일본으로 한국쌀 수출도 처음으로 성사
일본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을 찾은 일본인과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을 중심으로 한 '한국 쌀 쇼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쌀이 일본보다 3배가량 싸 공항에서 검역증명서를 발급받고, 10㎏이 넘는 쌀을 직접 들고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 쌀 수출도 처음으로 성사됐다. 일본 쌀값 급등의 단면이다.
지난 18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일본으로 쌀을 반입하기 위한 수출식물검역증명서를 발급받은 쌀은 1250㎏으로 전년 동월(16㎏) 대비 7712.5%(1234㎏) 급증했다. 발급 건수도 6건에서 119건으로 크게 늘었다.
검역증명서 발급 건수와 물량은 일본 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6건, 19㎏에 불과하던 증명서 발급은 8월 27건, 115㎏으로 9월엔 51건, 376㎏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선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증명서는 올해 1~3월 193건, 1855㎏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174건·1310㎏)를 크게 웃돌고 있다. 2023년에는 29건, 187㎏에 불과했다.
일본은 2018년 10월부터 쌀을 휴대해 일본으로 식물을 반입하는 경우에 수출식물검역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산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려면 식물방역법에 따라 전국(공항·항만)에 위치한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역본부 또는 사무소에서 식물검역관에게 수출식물검역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식물검역관은 해당 식물에 대한 검역을 실시해 병해충 검출 없이 검역에 합격한 경우 수출식물검역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수수료는 무료다. 검역증명서 없이 일본에 쌀을 반입한 경우 일본의 식물방역법에 따라 해당 쌀은 폐기 또는 반송된다.
검역증명서에는 국적을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으로 쌀을 반입하는 사람의 국적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검역본부 관계자는 "검역증명서를 받는 사람들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일본인과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한국산 쌀 쇼핑이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무거운 쌀을 들고 가는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일본 현지 쌀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3월31일~4월6일까지 전국 슈퍼 1000곳에서 판매된 쌀 5㎏ 평균 가격은 4214엔(약 4만2180원)으로 일주일 새 8엔(약 80원) 올랐다. 14주 연속 상승했다. 20㎏ 기준으로는 1만6856엔(약 16만8800원)에 달한다. 쌀값 급등에 일본 정부는 올해 2월 사상 최대 규모인 비축미 21만t을 방출하기로 했지만 쌀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월 한국 쌀 평균 소매가격(20㎏)은 5만5388원이다. 일본 쌀값이 한국의 3배 이상 되는 셈이다.
일본 쌀값이 폭등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2023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가뭄에 따른 벼 생육 부진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인한 수요 확대 ▲사재기 및 투기 심리 ▲엔화 약세로 인한 쌀 생산비 상승 ▲지속적인 벼 재배면적 감축 등을 꼽고 있다.
일본 입장에선 본격적으로 외국 쌀을 들여와 쌀 공급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쌀이 남아도는 한국에서 쌀을 수입할 수는 있지만 관세와 유통비용·마진 등을 더하면 한국 쌀이 일본 쌀보다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국 쌀 시장 보호를 위해 높은 관세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시 쌀을 예외 품목으로 지정하면서 저율관세할당제도(TRQ)를 도입해 매년 77만t의 쌀을 무관세로 의무수입하고 있다. 이 외의 외국 쌀에는 종량제로 1㎏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가 붙는다. 한국에서 20㎏ 쌀을 수입하는 경우 6만8000원의 관세가 가격에 더해지는 셈이다.
다만 일본 쌀값이 공급부족 탓에 오르는 만큼 한국 쌀 2t이 지난 8일 통관 절차를 마치고 일본에 정식 수입됐다. 전남 해남군 옥천농협에서 생산한 '땅끝 햇살' 브랜드 쌀로 지난해 생산된 쌀을 올해 3월 도정해 일본으로 시범 수출됐다. 한국 쌀이 일본에 수출된 건 1990년 한국 쌀의 대(對)일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이번에 일본에 수출된 쌀의 가격은 10㎏ 기준으로 세금, 배송료를 포함해 9000엔(약 9만원) 수준으로 일본 현지 10㎏ 평균 판매가격(8428엔, 약 8만5000원)보다 소폭 비싼 상황이지만 일본 현지에서 한국 쌀에 대한 반응이 좋아 이달 20일 추가로 10t이 일본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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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쌀을 수입하는 경우 도매가격에 관세가 매겨지고 현지 수입 업자와 유통 업자의 마진이 추가로 붙는다"며 "이 경우 일본에서 한국 쌀이 가격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워 수입업자들이 아직은 본격적으로 한국 쌀을 들여오길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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