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작황 부족도 영향 미쳐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쓴 가운데 피스타치오의 공급 부족이 심화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스타치오 커널(껍데기를 깐 알맹이) 가격이 1년 전 파운드 당 7.65달러(1만 897원)에서 현재 10.30달러(1만 4672원)로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견과류 무역사 GG해킹의 자일스 해킹은 "피스타치오 공급은 사실상 세계적으로 고갈 상태"라며 "공급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두바이 초콜릿 열풍으로 커널 수요가 급증하자 다른 나라들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세계 2위 피스타치오 생산국인 이란 관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 3월까지 6개월간 아랍에미리트에 전년도 전체 수출량 대비 40% 많은 피스타치오를 수출했지만, 아직도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두바이 초콜릿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가 위치한 초콜릿 프랜드 픽스(FIX)가 2021년에 출시한 초코바다. 밀크 초콜릿 안에 피스타치오 크림과 중동식 얇은 반죽(카다이프)을 섞은 내용물이 들어있다. 부드러운 초콜릿 안에 바삭한 카다이프가 들어가 식감에 재미를 더했다.
2023년 12월 인플루언서 마리아 베헤라가 틱톡에 이 제품을 먹는 영상을 올리며 전 세계적으로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불었다. 두바이 초콜릿이 큰 인기를 끌자 대형 초콜릿 제조 업체 '린트'와 '네슬레' 등도 유사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두바이 초콜릿 스타일 제품에 대해 인당 2개까지만 살 수 있도록 규정했다. 요하네스 레더라 스위스 초콜릿 제조 업체 레더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금 두바이 초콜릿 수요에 완전히 압도됐다"라고 외신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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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타치오 품귀 현상은 작황 부족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피스타치오 수출국인 미국은 지난해 기후변화 등 영향으로 수확이 부진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피스타치오 관련 산업 규모는 약 4조원에 달했다. 캘리포니아 일부 농부들이 저렴한 아몬드 대신 피스타치오 생산을 선택했지만, 이와 관련한 수확은 오는 9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피스타치오는 미국에서의 작황 부진으로 이미 재고가 줄어든 상태"라며 "특히 초콜릿 재료로 사용되는 저렴한 껍질이 없는 커널의 비중이 줄었다"라고 덧붙였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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