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인식 변화한 '블루칼라' 직종
고소득·고용 안정성 이유로 주목
전 세계 Z세대를 중심으로 블루칼라(현장직) 직종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기피 대상이었던 블루칼라 직종이 고용 안정성과 보상 측면에서 되레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 화이트칼라(사무직) 일자리의 고용 불안정성이 부각되면서 당분간 젊은 세대의 블루칼라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낮은 만족도에도 '블루칼라' 직업 택하는 이유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미국 내 취업자 52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블루칼라 응답자 중 35%는 '자신의 직업이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존중받지 못한다는 응답률은 다른 직종 종사자들(19%)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블루칼라 직업을 생활비를 벌기 위한 단기적인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Z세대(18~29세) 블루칼라 노동자의 65%는 현재의 일을 '생계 수단'으로 인식한다고 답했으며, 향후 6개월 내 이직 의향 역시 Z세대(44%)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일에 대한 애착도 적으며, 자기 일을 '직업'이 아닌 '생계유지 수단'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인식은 특히 젊은 세대와 여성 근로자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다만 낮은 직업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블루칼라 직종을 택하는 Z세대는 더욱 늘고 있다. '고수익 일자리'로 재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노동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도제식 견습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계공과 목수의 평균 시급은 각각 23.32달러(약 3만3000원), 24.71달러(약 3만5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졸 초임 화이트칼라의 평균 시급(20달러·2만8000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Z세대가 블루칼라 직업을 수용하는 움직임은 진로에 대한 기존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며 "학자금 대출 없이 노동시장에 진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블루칼라 직업은 점점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학 학위 없이도 진입할 수 있으며, 견습 과정이나 직업훈련 역시 전통적인 학위 과정에 비해 훨씬 비용 부담이 적다"고 덧붙였다.
한국서도 현장직 선호도 높아져
한국에서도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인식 변화가 뚜렷하다. 과거 '3D 업종'이라는 인식 탓에 블루칼라 직종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고연봉과 고용 안정성을 이유로 되레 청년층 사이에서 주목받는 추세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 대체가 쉬운 단순 사무직 보다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블루칼라 직무가 더 낫다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벼룩시장이 지난해 10월 블루칼라 및 사무직 종사자 13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의 61.1%는 블루칼라 일자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해당 직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51.5%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33.7%) ▲정년 없이 오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27.0%) ▲승진·실적 등 조직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을 것 같아서(14.6%)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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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식은 실제 취업 시장에서도 체감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 생산직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킹산직(생산직의 왕)'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신입 초봉만 해도 5000만 원을 웃돌고, 특근수당과 성과급을 포함하면 연봉은 7000만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정년 보장, 차량 할인, 의료비 및 자녀 대학 등록금 지원 등 복지 혜택도 풍부하다. 이 같은 조건 덕분에 2023년 채용 당시에는 수만 명의 지원자가 몰려 채용 홈페이지가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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