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의성·울주 산불 3단계…진화 중
예초기 스파크 등 '인재' 발화 추정
'고온건조+강풍' 산불 규모 키워
지난 주말부터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크게 번지면서 피해 규모가 8700여ha 이상으로 커졌다. 전국에서 축구장 1만여개 수준의 면적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봄철 고온건조하고 바람이 센 환경에 급속도로 불이 번져 진화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번에 발생한 산불 대부분은 자연·전기적 요소가 아닌 '사람'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불영향구역 8732ha… 사망 4명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중·대형 산불로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까지 4곳이다. 진화율은 산청이 70%, 의성 65%, 울주 69% 등이다. 앞서 지난 21일 산청에서 화재가 발생해 크게 번졌고, 이어 동시다발적으로 각지에서 산불이 일어났다.
산청과 의성, 울주 산불에는 예상되는 피해 면적이 100ha 이상일 때 발령되는 최고 수준인 '3단계'가 발령됐다. 산청 산불은 영향구역이 1464ha, 의성은 6861ha 등 불길이 잡힌 충북 옥천 산불까지 합하면 총 8732.61ha의 면적이 이번 산불에 영향을 받았다.
이번 산불은 특히 인명피해가 컸다. 산청 산불로 인해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사망했고, 산청과 옥천에서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길을 잡으러 현장에 급히 투입됐지만, 강한 역풍이 불며 산 중턱에 일부가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산청에서 주택 46동, 의성에서 주택 116동이 불에 타는 등 피해를 입었다. 대피한 주민은 총 2742명이다. 산청 주민들은 기존 임시주거시설로 운영되던 한국선비문화연구원까지 산불이 가까워지면서 8개의 임시주거시설로 분산해 대피했다. 의성, 울주 등지에서도 약 2000명의 주민이 인근 대피소로 이동했다.
화재 키운 건…'바람'과 '사람'
이번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과실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크게 번진 의성 산불은 성묘객의 실화로 발생했다.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도 예초기에서 발생한 스파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당국이 조사 중이다. 김해 산불은 쓰레기 소각 중에, 충북 옥천·영동 화재는 전답 소각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소방·산림 당국은 3월 초 소각 등으로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토대로 두고 홍보 및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1월24일부터 오는 5월15일까지는 봄철 '산불조심기간'이기도 하다. 실화에 의한 화재 행위자는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과실로 산림을 태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도 산불을 키우는 데 한몫을 했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경북권, 울산, 경남 내륙, 강원동해안과 남부산지 등에는 건조특보가 발효됐다. 복한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한반도 남쪽에 고기압이, 북쪽에 저기압이 위치하면서 중국에서부터 따뜻하고 건조한 서풍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 바람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타고 넘으면서 동해안과 경상권의 공기가 더욱 건조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압 상황으로 바람도 거세졌다. 이날 또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순간풍속 15m/s 내외의 강한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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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소식이 있는 27일 전까지는 이런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산불 진화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26일 늦은 오후 제주에서부터 비가 내린 뒤, 27일 전국으로 확대돼 대부분 지역에서 오후까지 내릴 전망이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습도가 낮고 돌풍이 부는 기후적인 요인에 더해 특정 지역에 40여개 산불이 나면서 진화 요원들이 지쳐 있는 상황이라 화재 진압이 더딜 것"이라며 "봄철을 맞아 입산이 늘어나는데 '설마'하는 마음으로 인한 부주의 탓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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