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돈 그대로 뒀다면 내는 돈 올렸을 수도"
거부권 행사 후 재논의 해야
나경원 "이번 개혁 조건부 합의, 연금특위서 근본개혁 논의해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금개혁안에 대해 한 대표는 "연금을 더 받는 86세대는 꿀을 빨고, 올라간 돈을 수십 년 동안 내야 연금을 받는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에 통과된 안은 ‘내는 돈’ 뿐 아니라 ‘받는 돈'(소득대체율)도 올렸다"며 "심지어 ‘내는 돈’은 8년간 천천히, ‘받는 돈’은 즉시 올렸다"고 했다. 그는 "돈이 부족해서 개정하는 거라는 원래 목적을 생각해보면, 더 받게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면서도 "만약 ‘받는 돈’을 그대로 뒀다면 ‘내는 돈’을 덜 올릴 수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통 분담을 해야 하는 이 와중에도 86세대는 고통 대신 이익을 받고, 그걸 위해 청년세대가 더 고통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모처럼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칭찬받을 일을 해냈다'고 평가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년들이 반대한다고 덩달아 반대한다, 뭘 알고 그런 말을 하는지 안타깝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평가에 대해 "부끄럽다",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년세대를 향해 청년세대가 이해 못 할 대단한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가르치려 들지만, 단언컨대 그런 깊은 뜻 없다"고 했다.

이번 개혁으로 구조개혁이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한 전 대표는 "구조개혁 논의도 지금의 혼미한 정치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민주당은 민노총과 86세대를 위해 챙길 것을 다 챙기고 나머지는 연금특위로 넘겼다. 챙길 것 다 챙긴 민주당이 추가적인 구조개혁에 제대로 임할 턱이 없다"고 질타했다.
한 전 대표는 "18년 만에 어렵게 합의했으니 청년세대가 독박쓰고 넘어가야 하냐"며 "18년간 못한 것, 18년 3개월 만에 제대로 하면 안 되냐"고 덧붙였다. 향후 3개월간 논의를 통해 연금개혁안을 재수립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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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연금법 개정 당시 기권표를 던졌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SNS를 통해 이번 개혁은 조건부 개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나 의원은 "이번 땜질식 개혁안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곧바로 특위에서 근본적 개혁안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개혁안을 조건부 합의로, 미래세대에게 짐을 떠넘기지 않는 지속가능한 후속 연금개혁을 특위에서 올해 내에 반드시 이뤄내야한다"며 "미래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면서도 노후를 안심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연금제도, 그것이 모두가 윈윈하는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이라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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