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분석…"러, 안보지형 재편 목표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바라며 협상에 나섰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망은 종전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22일(현지시간) 이 같은 분석과 함께 "푸틴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세계 질서를 보고 싶어하며 러시아가 그 안에서 주연을 맡길 원한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단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독립국가로 존립하는 것을 끝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냉전 시대 규모로 축소되길 바라는 애초의 큰 꿈을 버릴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종전 회담에 나선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지, 러시아의 사고방식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잃더라도 종전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라면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 협상 자체가 손해날 일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전면 휴전 구상을 거부하고 에너지·인프라 분야에 국한된 '30일 휴전' 추진만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실리를 챙긴 것이다.
CNN은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러시아의 '장기적 목표'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고, 복수의 러시아 당국자도 우크라이나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데 주목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근본 원인'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또 지난 30년간 이어진 나토의 동진에 기인한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다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방조 아래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통한 친러시아 정권 수립을 도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러시아 안보문제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는 푸틴 정권에게 휴전 추진은 '장기 목표'를 주시하면서 빠른 승리를 확보할 기회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푸틴은 기회주의자며, 그는 역동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런 다음 그는 어떤 기회가 마음에 드는지 선택하고, 자신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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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화이트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압도적인 열망은 러시아의 세계 무대 복귀라며 유럽·미국 간 균열을 만들고 서방의 다른 적대 국가들과 협력하는 게 목표라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는 모든 중요한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어한다"며 "유럽에서의 영토 정복이 아니더라도, 더 강력한 세력권에서 주연급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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