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직전 발행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되면서 투자자들은 물론, 관련 증권사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간 해당 채권이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전액 손실을 떠안으면서 증권사들 역시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논란,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온 탓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홈플러스가 구체적인 변제 계획과 일정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사항으로 꼽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이번에 논란이 된 홈플러스 유동화증권의 발행 규모는 4019억원이며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구매액은 전체의 44%인 1777억원에 달한다. 이는 홈플러스가 쓴 신용카드 대금을 토대로 발행된 채권으로 금융 채무와 상거래 채무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이에 금융업계 내에서도 그간 정상 변제가 가능한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이날 유동화증권의 기초가 되는 매입채무유동화(카드대금) 잔액 4618억원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자, 일단 ABSTB 투자자들은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ABSTB가 홈플러스의 물품 구매를 위한 채권인 만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 정상 상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었다.
유동화증권 인수 증권사인 신영증권과 다른 판매 증권사들도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홈플러스 ABSTB를 둘러싼 위험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불완전 판매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단 투자자들의 피해가 현실화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게 된 셈이다.
업계 내 책임공방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ABSTB 발행을 단독 주관해 투자사와 다른 증권사에 판매한 신영증권의 경우,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모두 알고서도 ABSTB를 발행했다고 주장하며 형사 고발까지 예고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커질 경우, 신영증권과 홈플러스 및 MBK파트너스 사이는 물론, 신영증권과 다른 판매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책임을 묻는 법적 공방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가 구체적인 변제방법과 변제 일정을 발표하지 않고 '회생절차에 따라' 선의의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밝힌 부분을 두고 의혹도 제기된다. ABSTB 투자자들로 구성된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ABSTB 채권 전액, 상거래 채권으로 취급 우선변제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다음주 초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간담회를 추진, 이번 발표의 진정성과 실행의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도 상세한 규모, 용처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결정과 별개로 신영증권과 MBK파트너스 등을 상대로 검사에 나선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태를 둘러싼 전방위 조사를 통해 채권 사기 발행을 비롯한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함용일 자본시장 부원장 산하에 설치된 홈플러스 사태 대응 TF는 현재 ▲불공정거래조사반 ▲검사반 ▲회계감리반 ▲금융안정지원반 등 4개 반으로 구성돼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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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는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CP, 자산유동화 ABSTB 발행에 나섰는지 규명하는 한편, 채권 발행 판매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조사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TF는 전날부터 홈플러스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회계심사도 착수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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