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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월드+]재군비 나선 유럽, 금기시하던 핵무장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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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소련 붕괴 이후
지속적인 군비 축소 나선 EU
삭감된 국방비 복지비용으로
美 지원 축소·러시아 위협 속
폴란드 자체 핵무장 언급까지

[최준영의 월드+]재군비 나선 유럽, 금기시하던 핵무장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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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재군비에 나섰다. 1940년대 이래 가장 큰 위험에 처해있다는 위기감이 급속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급작스러운 정책 전환은 미래에 유럽이 미국의 지원 없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불러왔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안보 보장은 미국의 지원 없이 유럽 국가들이 떠맡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이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공동대응한다는 나토 제5조 공약을 준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지정학적 변화를 무시한 대가를 치르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그리고 1991년 구 소련 붕괴 이후 지속적인 군비축소에 나섰다. 평화의 시대에 걸맞은 변화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징병제는 폐지되었고 국방비는 지속해서 감소했다. 1990년 이후 30년간 유럽연합의 GDP는 150% 성장했는데 각종 복지비용은 200% 증가했다. 대폭적인 국방비 삭감으로 확보된 재원을 복지비용으로 전용했다. 냉전 시대와 같은 국가 간 전면전은 사라졌다고 여긴 유럽 국가들은 막대한 운영비가 필요한 중후장대형 무기들을 급속히 줄여나갔다. 한때 2000대 넘는 최신형 전차를 운영하던 네덜란드가 모든 전차를 폐기하거나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냉전의 산물인 나토는 국제테러리즘에 맞선다는 명목으로 살아남았지만 과연 필요한 존재인지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유럽은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했다. 21세기 들어 러시아는 제국주의 강국으로 재등장했지만 무시했다. 유럽 역사를 돌이켜보면 러시아의 이러한 변화는 유럽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의 안보 보장만을 믿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따라 미국이 안보의 축을 과거 유럽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최준영의 월드+]재군비 나선 유럽, 금기시하던 핵무장론도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공군기지를 방문해 공군력 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여러 차례 경고했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로의 전환을 발표하면서 유럽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할 것을 권고했고 나토의 공약이 되었지만 유럽 국가들은 무시했다. 2011년 단 2개의 국가만이 공약을 이행하고 있었으며, 10년이 지난 2021년에도 4개 회원국만 공약을 지켰다. 미국이 유럽을 방어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더 유럽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이후 지속해서 미국 대통령들은 유럽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제 70년 만에 미국이 정말로 유럽에서 발을 빼려하자 유럽은 다급해지고 있다. 강력한 미군의 지원 없이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서 유럽은 막대한 인력과 무기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이 떠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전차 1400대, 보병 전투차 2000대, 자주포 700문 이상이 필요하다. 병력 역시 30만명 이상 추가되어야 한다. 유럽의 강국이라고 하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4개국 육군을 다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새로 조달해야 한다.


위기감은 변화를 촉진한다. 국방비 지출 확대에 부정적이던 유럽연합은 8000억 유로(약 1236조원)에 이르는 국방비 증액을 발표했다. 일단 1500억 유로는 유럽연합이 민간시장에서 조달하여 회원국에 대출해주는 형태이다. 나머지 6500억 유로를 확보하기 위해 유럽연합은 편법을 동원했다. 유럽 연합은 회원국에 연간 GDP의 3% 수준까지만 재정 적자를 허용해왔다. 초과하면 벌금을 물렸다. 국방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사회복지비용을 줄이거나 증세를 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국방비는 정부 지출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GDP의 1.5%에 해당하는 국방비를 추가로 부담하면 6500억 유로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엄청난 빚으로 돌아오겠지만 지금 당장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럽연합에는 5~10년 정도의 시간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3년에 걸쳐 러시아에 맞서면서 큰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저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 기간에 유럽이 자주국방을 달성해야 한다.


유럽 자주국방의 핵심은 프랑스와 독일이다.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력을 보유한 국가지만 그동안 독일 정부는 국방비를 비롯한 여러 영역에 돈을 쓰지 않았다. 독일 헌법이 엄격하게 재정적자를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화했다는 것을 인식한 독일 정부는 태도를 바꾸었다. 국방비에 사용하기 위해 차입한 부채는 정부 부채에 포함하지 않을 것임을 밝힘으로써 이제 독일은 제한 없이 국방비를 지출할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그동안 자신의 핵전력을 유럽 내 다른 국가에 배치하는 것을 꺼려왔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자 프랑스는 핵폭탄을 탑재한 라팔 전투기를 독일 등 다른 국가에 배치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유럽 최대 육군 전력을 확보한 폴란드는 자체 핵무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핵무기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던 유럽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러시아보다 압도적으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유럽연합의 변화가 본격화되면 의외로 러시아와의 군사적 균형은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 러시아 경제는 명목 GDP 측면에서 이탈리아보다 작다. 첨단 무기 대량생산에 필요한 핵심 기술 및 제조업 역량도 낙후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유럽이 자신을 방어하고 러시아의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결심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 유럽, 그리고 세계의 역사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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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정책·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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