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특수본의 '즉시 항고' 의견 있었지만
대검 "헌재 결정 취지 등에 따라 제기 안 하기로"
다만 "구속기간 산정 법원판단 부당…본안서 적극 개진" 밝혀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문을 받아든 검찰이 27시간 만에 서울 구치소에 석방 지휘서를 보냈다.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논의됐던 즉시항고를 포기함에 따라 윤 대통령은 정해진 석방 절차를 거쳐 서울구치소를 나와 관저로 향했다.
8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이후 5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1월26일 검찰에 의해 구속 상태에서 기소됐다. 즉시항고를 해야한다는 검찰 특수본이 입장을 관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전날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이후 간부 회의를 열고 즉시 항고 등을 논의했으나 윤 대통령 석방 지휘를 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 특수본이 즉시항고를 해야한다고 맞서면서 이날 오후까지 최종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찰 특수본은 법원의 구속취소결정문 중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산정해야 하므로 검찰의 공소제기가 구속기간 만료 후 이루어졌다는 취지의 판단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명백히 반할 뿐 아니라 수십년간 확고하게 운영된 법원 판결례와 실무례에도 반하는 독자적이고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대검은 검찰 특수본의 '석방 지위서' 송부 직후 입장문을 내고 "검찰총장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존중해 특수본의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시 항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법원의 보석 결정이나 구속집행정지결정 등 인신구속과 관련된 즉시항고 재판 확정 시까지 집행을 정지하도록 한 종래 형사소송법 규정은 검사의 불복을 법원의 판단보다 우선시하게 돼 사실상 법원의 결정을 무의미하게 할 수 있다"면서 "위헌무효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시항고는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이 주장한 즉시항고 등에 대한 언급도 덧붙였다. 대검은 "구속기간 산정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현행 법률 규정은 물론 오랜 기간 법원과 검찰에서 형성해 온 실무례에도 부합하지 아니하는 부당한 결정이므로 즉시항고를 통해 시정해야 한다는 특수본의 의견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헌재 결정 등을 감안해 본안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이 특수본부장에게 이번 사건이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인 만큼 흔들림 없이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번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 간 과도한 경쟁이 절차적 흠결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에 있지만, 공수처는 공조수사본부를 발족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수사에 속도를 냈다. 공수처는 1월15일 두 차례 시도 끝에 윤 대통령을 체포해 1월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은 1월19일 발부됐다.
이후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1월23일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고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원에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보완 수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은 1월26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오후 6시52분에서야 윤 대통령 기소했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법원의 계산법을 기준으로 하면 구속 만료 후 9시간45분이 지나서야 기소를 한 셈이다. 법원은 또한 검찰의 기소 시점에 문제가 없더라도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 명확한 법률이나 판례가 없어 의문이 있다면서 구속을 취소하고 석방한 이후 재판을 해야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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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수처도 이날 윤 대통령 검찰의 '석방 지휘' 결론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공수처는 "체포와 구속을 담당했던 수사기관으로서 구속기간 산정 문제 등과 관련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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