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좌 선전 기계" 머스크 불쾌감 드러내
미국의 유명한 정치 풍자 프로그램 SNL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풍자했다.

1일(현지시간) 미 NBC 방송국의 SNL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밴스 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면박 주는 모습을 가감 없이 재연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이 파행된 지 하루 만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SNL이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을 잔인하게 조롱했다"라고 꼬집었다.
SNL은 시작부터 "어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그리고 회담은 아주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를 본 모든 사람은 '이제 세상은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했다"는 반어법 자막을 띄우며 시작했다.
극 중 트럼프는 "나는 '가자(GAZA) 호텔' 사장"이라며 "나는 이 믿을 수 없는 함정 속으로 젤렌스키를 초대한 것을 환영한다. 우리는 조만간 아무 이유 없이 그를 공격할 예정"이라면서 회담을 시작했다. '가자 호텔 사장'은 트럼프가 중동 평화 구상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해서 호텔을 짓겠다고 밝힌 점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극 중 트럼프는 곧바로 옆에 앉은 극 중 젤렌스키의 복장을 지적하며 "마치 스타트렉 캐릭터처럼 보인다"라고 조롱했다. 젤렌스키의 복장이 미국의 유명한 SF(공상과학) TV 프로그램 스타트렉 속 등장인물이 입는 유니폼 같다고 비꼰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부터 일관되게 군복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있다. 실제로 전날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오늘 제대로 차려입었다"며 비꼬았고, 한 미국 기자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백악관을 방문하면서 정장을 입는 것을 거부했는가. 정장이 있기는 한 것인가"라며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극 중 트럼프는 극 중 젤렌스키에게 "미스터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당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당신이 러시아를 침공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어떠냐"며 "당신(젤렌스키)의 아내와 하룻밤을 그(푸틴)에게 제안하는 것도 좋겠다"라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대사로 추정된다.
극 중 젤렌스키가 서툰 영어로 무언가 말하려 하자 JD밴스 부통령 역 배우는 이를 막아서면서 "'감사합니다'는 어떻게 된 거냐. 당신은 지금 15초 동안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라고 다그쳤다. 실제 전날 밴스 부통령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라고 반복해 말한 것을 풍자한 장면이다.

극 중 트럼프는 다시 복장 얘기로 돌아가 "그러고 보니 당신은 정장도 입지 않았다"며 "백악관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다니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 순간 갑자기 빨간색 전기톱을 든 남성이 스튜디오로 난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연기하는 배우로, 정상회담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내각회의 때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난 걸 재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의 복장은 문제 삼지 않고 정상회담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의 군복 차림을 지적한 것을 비꼰 것이다. 빨간색 전기톱은 지난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머스크가 전기톱을 들고 연방공무원 대량 해고를 시사하는 퍼포먼스를 했던 점을 풍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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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극 중 머스크는 극 중 트럼프에게 "도널드, 그런데 당신 지금 내 사무실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라고 물었다. 머스크가 실제로 사실상의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다는 미국 안팎의 비판을 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방송 이후 실제 머스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또 다른 극좌 선전 기계일 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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