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라는 말 이제 쓰지 마"…'애국심 높여야' 분노한 캐나다인들

트럼프, 캐나다에 관세 압박
"캐나다, 美 51번째 주 될 것" 발언도
캐나다 카페들 "괴롭힘 거부 의사 보여줘야"

미국이 캐나다에 대한 관세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의 일부 카페가 '아메리카노'(Americano)를 '캐나디아노'(Canadiano)로 바꿔 부르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하자고 주장하면서 캐나다의 반발을 부른 바 있는데, 캐나다인들은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에 이어 애국심 고양 차원에서 캐나디아노 표현을 사용해 대응하는 모습이다.

캐나다의 일부 카페가 '아메리카노'(Americano)를 '캐나디아노'(Canadiano)로 바꿔 부르고 있다. 게티이미지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카페 벨렘은 기존 사용하던 아메리카노 명칭 대신 캐나디아노를 사용하고 있다. 카페 주인인 윌리엄 올리베이라는 자신의 가게가 '정치적 장소'가 되길 원하진 않았다면서도 캐나다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 밀려나거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주변에 상기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예 에스프레소 샷에 물을 탄 음료의 이름을 캐나디아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본사를 둔 키킹 호스 커피는 이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통해 캐나다 전역의 커피숍에서 메뉴명 아메리카노를 캐나디아노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키킹 호스 커피는 지난 16년간 아메리카노를 캐나디아노로 불러온 곳이다.

캐나다 오타와 한 카페 메뉴판에 '아메리카노' 대신 '캐나디아노'가 적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다만 일각에선 캐나디아노로 개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메리카노라는 명칭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이탈리아에 주둔한 미군이 현지의 에스프레소 커피가 너무 진하다면서 물에 희석해서 마신 게 시초가 됐다고 전해진다. 이런 명칭에는 '커피도 마실 줄 모르는 미국인'이라는 조롱이 담겨있다는 주장도 있다.

"캐나다, 美 51번째 주 될 것" 트럼프 도발에…캐나다인 '분노'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캐나다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문제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캐나다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한 바 있다.

이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플로리다주 마로라고 저택에서 만찬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그에게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한 요구 조건을 이행하기 힘들다면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엔 SNS를 통해 쥐스탱 총리를 '미국 주지사'라고 칭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캐나다인들은 불쾌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산을 선택하라"고 자국산 구매를 촉구하자 전국적으로 미국 여행을 취소하거나 자국산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크게 확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캐나다 시민권을 박탈하자는 청원 운동이 확산하기도 했다. 현재 청원자는 24만명을 넘어섰다.

WP는 아메리카노를 캐나디아노로 바꾸려는 운동은 2003년 미국에서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를 '프리덤 프라이'(Freedom Fries)로 바꾸려던 움직임을 연상시킨다고 짚었다. 당시 프랑스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벌였다. 미 공화당 의원들은 항의 차원에서 프랑스 이름이 들어간 음식인 프렌치 프라이의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했고, 일부 레스토랑은 프리덤 프라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