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개인적 차원" 설명에도
지지율 등 '정치적 함의' 분석
당 안팎선 '우경화' 우려
김재섭 "과거에 매몰된 느낌"
국민의힘을 이끄는 투톱인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가 3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한다. 보수 세 결집을 이어가며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동시에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응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20여분간 윤 대통령과의 면회를 통해 새해 안부 인사와 건강 상태에 대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면회에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공식 일정이 아닌 윤 대통령과 과거부터 친분이 있었던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의 개인적 차원의 면회라는 게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가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라며 개인적 방문으로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대통령실 참모진에 이어 여당의 수뇌부인 두 사람이 이날 함께 윤 대통령을 찾는 것에 정치적 함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여론과 당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힘입어 보수 세 결집을 확실히 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다.
최근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 등 일부 헌법재판관들의 성향과 친인척들의 행보를 문제 삼아 탄핵심판 회피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도 유사한 논리로 헌재를 압박하며 강성지지층을 자극하고 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과거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활동 등을 지적한 후 "마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 되면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마 후보자)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법원 내에 하나회라는 비판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여권 안팎에서는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의 면회가 윤 대통령의 옥중 정치에 발을 맞추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은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이 뜬금없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그 때문에 탄핵당하는 과정에서, 친윤이라는 분들은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라며 "인간적 도리를 왜 이런 방식으로, 왜 이제서야 다하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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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이날도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우리가 이제 과거에 발목 잡히는 비대위보다는 혁신 경쟁에 뛰어드는 비대위가 돼야 하는데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과거에 매몰되는 느낌"이라며 "(당 우경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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