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등 현대식 전쟁에 대비돼 있지 않아
유류품서 주입식 사상교육 흔적도 발견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이 '가미카제'(자살특공대)를 연상시키는 무모한 육탄 돌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첨단 무기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으로부터 입수한 영상과 관계자들의 인터뷰 내용 등을 소개하며 북한군이 전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자살 충동과 1980년대식 전술'이라고 정의했다.
외신이 입수한 영상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전투 이후 쓰러진 북한 병사에게 다가가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리를 잡아당기자, 그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머리맡에 수류탄을 터뜨리는 모습이 담겼다. 외신은 국정원의 국회 보고 내용을 인용해 이 북한 병사가 마지막 순간에 내지른 비명이 "김정은 장군"을 지칭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특수작전군 지휘관은 "그들은 수류탄을 이용해 자기 자신을 날려버릴 수 있다"며 "항복을 요구하는 어떤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투를 계속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북한군이 현대식 드론 전투 등 우크라이나의 전장 현실에는 대비돼 있지 않다"며 "모두가 젊고 잘 훈련된 강한 전사들이지만, 고작해야 1980년대의 전쟁 현실에 준비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특수작전군 지휘관도 "우리 부대는 그들의 머리 위로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 하루에 30명을 사살했다"며 "그들은 뭘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북한군 역시 드론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었다는 흔적이 유류품을 통해 드러났다. '드론을 파괴하는 방법'이라고 적힌 수기 메모에는 "드론이 발견되면 무조건 세 명 중 한 명이 10~12m 앞에서 미끼가 되고, 나머지 두 명이 조준 사격해야 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포탄이 같은 곳에 떨어지지 않는 만큼, 그 구덩이에 숨는 것이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북한군은 심각한 손실을 보면서도 반복적으로 돌진하고 있다. 일부 북한 병사들은 무거운 방탄복의 보호판과 방탄 헬멧까지 벗어 던지고 가벼워진 몸으로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빠르게 공격한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방식의 공격은 드론으로 잡기 어렵다고 전해졌다.
아울러 북한군의 유류품에서는 "미지의 괴뢰 쓰레기들에게 죽음의 철추를 내릴 날은 머지않았다", "우리는 그들을 벌벌 떨게 하는 강력한 힘을 휘두른다", "세계여 지켜보라" 등의 메모가 발견됐다. 장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메모에는 "그는 물자를 훔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불명예스러운 행위를 저질렀다", "그는 최고사령관의 존엄을 지키지 못했고, 개인의 이익을 최우선시했다"는 등의 비난이 적혀 있었다.
외신은 "이런 메모 내용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인지, 아니면 전사했을 경우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해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라고 설명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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