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가 판매자를 외부사이트로 유도
보증금·판매금 요구하는 신종 피싱 사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자가 구매자로부터 사기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구매자는 판매자를 타 사이트로 유도해 보증금과 판매금을 선입금하도록 하는 수법으로 돈을 받아 가로챘다.
17일 연합뉴스는 지난 7일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를 이용하다 사기를 당한 정모씨(31)의 사연을 보도했다. 정씨는 이 플랫폼에서 사용하던 피아노를 10만원에 팔려다 되려 구매자로부터 36만원 사기를 당했다. 통상 중고거래에서 판매자가 사기를 치는 경우는 흔해도 구매자가 사기를 저지르는 경우는 드문데, 이번 일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당한 것이다.
정씨는 연합뉴스에 "중고나라에 피아노를 10만원에 판다고 글을 올렸고 얼마 안 돼서 구매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구매자는 ''로더샵12H'라는 타 사이트에서 포인트를 사용해 구매하고 싶으니 (해당 사이트에) 물건을 등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구매자의 지시대로 해당 사이트에 물건을 등록했다.
그는 "해당 사이트에선 '물건 판매금을 현금으로 이체받으려면 판매금과 보증금에 해당하는 약 12만원을 선입금해야 한다'고 해 해당 금액을 입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 상담원은 '입금된 금액 인식 오류로 계좌가 동결됐다. 동결 해제를 하려면 추가 금액을 입금해야 한다'며 몇 차례나 더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이 같은 지시대로 정씨는 총 36만원을 입금했지만, 사이트 상담원은 보증금 명목으로 100만원의 추가 입금을 재차 강요했다. 그제야 거래가 아닌 사기임을 깨달은 정씨는 거래를 중단하고 해당 사이트와 계좌를 경찰에 신고했으나 여전히 피해 금액은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거래의 모든 대화는 네이버카페 온라인 채팅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가 당한 수법과 비슷하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사례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속속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 A씨는 지난 4일 네이버카페에 사기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중고나라에 패딩 판매 글을 올렸는데 구매자가 구글 사이트 '블루숲12H'에서 구매할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며 "이후 구매자가 포인트로 구매했고 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해 내 계좌로 입금받으면 된다고 했다"고 전후 상황을 전했다.
A씨가 판매금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으려 하니 해당 사이트 상담원은 온라인 채팅으로 '계좌번호가 동결됐다. 판매 금액만큼의 돈을 입금해야 동결을 해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A씨는 뒤늦게 해당 사이트의 계좌번호를 '더치트'에 검색해보니 이미 신고가 6건 이상 등록돼 있던 사기 계좌였다고 밝혔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외부 링크로 유도하는 '피싱 사이트 사기'가 중고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 유형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그러면서 "중고나라 자체 앱과 사이트에선 거래 채팅방 모니터링을 통해 외부 링크 유도 적발 시 사기 위험 알림 기능과 거래 이용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네이버카페의 경우, 네이버 채팅 시스템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제재 권한이 중고나라에 없기 때문에 카페 내 사기 조회 서비스와 사기 제보 게시판을 운영하는 것으로 갈음하고 있다"며 "사기 거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카페·앱 연동 기능을 통해 앱을 통한 중고나라 안전결제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사기 방지 서비스 '더치트'가 집계한 최근 5년간 중고거래 피해 건수는 2020년 24만5500건에서 2024년 36만4643건으로 4년 새 약 12만건 늘었다. 피해 금액 또한 2020년 1862억5000여만원에서 2024년 3565억1000여만원으로 약 2배 가까이 커졌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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