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칸 터보S 시승기
고속주행에선 952마력 갖춘 '괴물'
일상에선 부드러운 데일리카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공상과학영화 속 우주선에서 날 법한 소리가 나면서 순식간에 목이 뒤로 젖혀진다. 롤러코스터가 지면으로 쏟아질 때처럼 중력을 무시하는 감각이 전신을 휘감는다. 차량 위치는 어느새 조금 전 멀리 시선이 향했던 곳이다.
포르셰의 강력한 전기차, ‘타이칸 터보S’는 우주 괴수 같은 성능을 자랑했다. 전기차의 이질감을 포르셰만의 역동성으로 소화해냈다. 압도적인 952마력으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2.4초에 불과하다. 가속할 때 들리는 특유의 전자식 효과음은 엔진 배기음과 색다른 속도감을 제공했다.
우주 괴수 같은 성능은 포르셰의 새로운 서스펜션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포르셰가 자랑한 전자식 ‘포르셰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에서 한층 진화한 ‘포르셰 액티브 라이드(PAR)’ 서스펜션이다. 이를 통해 차체를 언제나 수평 자세로 유지했다. 요철과 방지턱도 부드럽게 넘어갔을뿐더러, 곡선 구간을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빠져나오면서도 회전 반경 밖으로 쏠리지 않았다. 마치 중력과 관성을 거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휠 하중을 순식간에 분배하면서 원심력에 맞춰 서스펜션이 작동, 몸에 실리는 외력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회생 제동도 상당하다. 고속에서 감속 시 회생 제동 용량은 기존 290㎾에서 최대 400㎾ 로 30% 이상 늘었다. 완충 시 500㎞ 이상 달릴 수 있다고 표시됐는데, 수차례 역동적으로 달렸음에도 주행가능 거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괴물 같은 성능이지만 일상 영역에서는 충분히 평온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역동적인 스포츠카였다면, 노멀모드에서는 중후한 세단의 느낌마저 든다. 매일 출퇴근에 사용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도심 주행에서는 안정감을 발휘했다. PAR 서스펜션으로 고속 주행에서는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이질감이 들었지만 도심 주행에선 최상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낮은 차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차를 타려고 가까이 다가서면 차고가 자동으로 높아진다. 고급 세단처럼 고객을 모시는 모습이었다. 좌석에 앉으면 차고가 내려가며 지면과 밀착된 느낌을 준다.
배터리 충전도 부담 없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시간도 절반으로 줄었다. 더 늘어난 고전압 배터리는 (배터리 온도 섭씨 15도 기준) 조건에서 18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 일상용 차량으로 충분히 가능한 편의성을 갖춘 셈이다.
외관은 전형적인 포르셰의 정체성이 담겼다. 과거 출시된 타이칸 구형과 큰 차이가 없어 아쉬울 법도 하다. 헤드램프 내부 배열이 조금 바뀌었고 주변부 라인이 보다 날카로워진 정도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완성도 있는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역동적인 외관과 달리 실내는 유려하다. 디지털 계기판은 살짝 굴곡진 형태로 다양한 기능을 시인성 좋게 표시한다. 센터패시아와 조수석까지 일렬로 모니터가 연결돼 탁 트인 느낌을 준다. 공조장치를 조절할 수 있는 중앙 모니터는 별도다. 천장에는 전자적으로 반투명 상태와 불투명 상태를 오갈 수 있는 선루프가 장착됐다. 앰비언트 라이트, 3D 서라운드 카메라를 포함한 주차 보조, 열선 및 통풍 시트, 무선 충전 가능한 스마트폰 거치대, 운전석과 조수석의 충전구,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 및 파워 스티어링 플러스도 모두 기본으로 탑재됐다. 가격은 2억4740만원부터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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