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이명희 회장 이마트 지분 전량 매수

정 회장, 2141억원 개인 자산 동원 지분 확보
"책임의식과 자신감 시장에 보여준 것"
이 회장, 신세계 지분 10% 처분계획은 밝히지 않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지분 10% 전량 매수한다. 지난해 10월 신세계그룹이 계열 분리를 선언한 뒤 빠르게 후속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 공시를 통해 정 회장이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주식 278만7582주를 장외거래를 통해 매수한다고 밝혔다. 1주당 가격은 7만6800원으로, 총 2141억원 수준이다. 정용진 회장이 이 회장의 주식을 모두 취득하면서 보유 주식 수는 796만493주(28.56%)로 늘게 됐다.

정 회장은 개인 자산을 동원해 모친의 지분을 확보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주식 매매 계획은 정 회장이 이마트 최대 주주로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정 회장이 개인 자산을 투입해 부담을 지고서라도 이마트 지분을 매수하는 것은 이마트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 의식과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말 정기인사를 통해 신세계백화점을 운영 중인 정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회장을 승진시키면서 계열 분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 사업을 각각 맡는 남매 경영 체제를 시작하면서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서로 갖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했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2020년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을, 정유경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계열 분리의 초석을 마련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6%를,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 18.6%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명희 총괄회장이 양사의 지분 10%를 소유했다. 이번에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 지분을 매각하면 그룹의 계열분리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날 정유경 회장이 맡은 신세계 지분 매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