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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나 다름없던 온실가스 배출권…돈 내는 '유상할당'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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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 발표
발전부문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 '대폭' 상향
시장안정화제도로 배출권 시장 문제 손 본다
배출권 수입은 기업지원에 재투자 방침

앞으로 돈을 내고 사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이 늘어난다. 그간 국내 기업들 상당수가 배출권을 공짜로 받아 사용해왔지만, 이같은 혜택도 사라질 전망이다. 특히 전기를 생산하는 배출 부문을 따로 구분해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약속한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글로벌 환경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4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환경부는 5년마다 배출권거래제도의 중장기 정책목표와 기본방향을 10년 단위로 수립해야 한다. 이번에 통과된 4차 계획은 2026~2030년, 5차 계획은 2031~2035년간 적용된다.


발전 부문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 '대폭' 상향
공짜나 다름없던 온실가스 배출권…돈 내는 '유상할당'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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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계획에 따라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을 ‘발전’과 발전 외‘로 구분키로 했다. 기존에는 전환, 산업, 폐기물, 수송, 건물, 공공·기타 등 6개로 구분해 배출권을 할당했다. 하지만 부문을 지나치게 세분화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많았다. 똑같은 사옥이라도 전환 부문에 속한 회사의 건물과 산업부문의 사옥의 감축률이 천차만별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발전사가 아닌 모든 업계가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부문은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키로 했다. 구체적인 수준은 경제·산업계 부담, 에너지 믹스 개선, 감축 활동 지원 등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발전 외 부문 역시 유상할당을 상향 수준으로 조정한다. 할당 비율은 업계 경쟁력, 감축기술 상용화 시기, 탄소누출 여부를 감안해 정한다. 유상할당 결정 시한은 내년 6월 말이다.


예외로 인정해주던 배출허용총량 예비분도 줄였다. 현행법상 배출권총수량은 배출허용총량에 예비분을 더해 계산한다. 예비분 중에는 시장안정화를 위해 쓸 수 있는 배출권도 있지만, 4차 기본계획에서는 이를 없앴다.


배출총량과 유상할당 정책의 강도를 높임에 따라 그간 지적돼왔던 문제들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한국의 유상할당 비율은 현재 10% 남짓으로, 철강·석유화학 등 다배출업종은 배출권 100%를 무상할당으로 나눠주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전환 부문의 유상할당을 100%, 산업부문에서 70% 수준으로 높다. 한국의 유상할당 배출권이 지나치게 적다 보니 적정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탄소 감축 유인을 촉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공급과잉 배출권 시장…참여자 확대, 시장안정화제도 실시
공짜나 다름없던 온실가스 배출권…돈 내는 '유상할당' 늘린다 연합뉴스

배출권 정상화를 위한 전략도 담겼다. 배출권 시장은 공급과잉과 수급조절 부족 현상으로 가격이 급락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싸다 보니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감축하려는 유인도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제도 연착륙을 위해 기업에 배출권을 무상으로 과도하게 나눠줘 잉여량도 상당했다. 자연 재난이나 경기침체로 불가피하게 배출권이 남아돌자 이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부작용도 생겼다.


정부는 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배출권 이월 제한을 완화해 유연하게 사용하게끔 지원하고, 모든 할당 대상업체와 증권사 같은 시장조성자 등에게 배출권 경매시장 참여를 허용한다. 기존에는 유상할당 대상업체만 경매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배출권을 위탁하거나 선물거래에 쓰는 등 다양한 거래형태도 안착시킬 방침이다.


그래도 배출권 수급이 불균형할 경우를 대비해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도 시행한다. 우선 정부가 배출권 총량 안에서 일정량의 예비분을 확보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배출권을 공급하거나 사들이는 식으로 물량을 조정하는 식이다.


2031년부터는 탄소누출업종도 유상할당

5차 기본계획의 청사진에는 배출권거래제의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기여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배출권을 할당할 때는 변화하는 산업구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계획기간 할당방식을 이해연도별 할당방식으로 전환한다. 유상할당은 차등적으로 확대를 지속하되, 탄소누출업종을 유상할당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내 산업보호조치, 이월제한 완전폐지, 혁신투자 지원강화 등이 핵심 논의 대상이다.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도를 개선한 배경에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있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3660만t으로 줄여야 한다. 2018년 7억2760만t에서 40% 감축한 수준이다. 강도 높은 목표인 만큼 정부로서는 유상할당을 높이고 배출권 이용을 활성화해 기업들의 탈탄소 노력을 유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글로벌 탈탄소 경제전환이 가속하는 상황도 기본계획 수립에 영향을 끼쳤다. 주요 7개국(G7)의 기후클럽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탄소 가격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환경무역장벽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도 현실화했다. 국내 기업이 탄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해야 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유상할당 수입금은 기업감축 지원 재투자

다만 유상할당 수준이 결정되면 기업비용과 에너지 요금인상 압력이 불가피하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유상할당 수입금을 기업 감축 활동과 획기적인 감축 기술 도입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발전 부문 비용부담은 먼저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지원, 에너지기업 비용감소 노력 등으로 완화한다. 불가피한 요금인상 압력은 국민부담 등을 고려해 기후환경요금에 적정수준으로 반영한다.


지원사업도 다양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혁신 감축 기술을 조속히 도입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지원·발굴을 추진한다. 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한계돌파형 기술개발, 직접 공기포집 기술 등 새로운 기후기술의 실증·산업화 지원도 병행한다. 다배출기업이 조속히 감축 기술을 도입하도록 국내 여건을 고려한 별도의 지원체계 검토 역시 이뤄진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기업의 감축 노력이 기업의 부담이 아닌 기회로 이어지도록 배출권거래제도를 개편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겠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우리의 변화를 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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