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트럼프 진짜 의도 기다릴 것"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를 앞두고 유럽연합(EU) 각국이 방위비 증액을 준비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핀란드 라플란드에서 열린 북·남유럽국 정상회의에서 나토 국가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지침에 대해 "아마도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며 "2%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많은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이 같은 발언에 동조했다.
이는 내달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지출 목표치를 현행 GDP 대비 2%에서 5%로 상향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지출을 4%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미초타키스 총리는 구체적인 증액 선에 대해선 "숫자를 매기지 말자"고 언급을 피했다. 또 "새로운 대통령(트럼프)과 소통하면 나토에서 어떤 수치에 합의할 것인지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전쟁을 방지하려면 우리는 방위 부문에서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중요한 역량에 투자해야 한다"고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언급했다.
나토가 올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2개 회원국 중 23개국만 2%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EU 방위비는 상승 추세다. EU 방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EU 회원국들의 방위비는 전년 대비 10% 늘어난 총 2790억유로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이 협상 전략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미국의 새 대통령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기다릴 것"이라며 "나토에 대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놓을 수 있는 도구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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