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공연
'지킬 앤 하이드' 중 'A New Life' 등 노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기분이다. 꿈 같은 일이 저한테 너무 자주 일어난다. 유키 구라모토 선생님과 함께 하는 공연은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듯한 느낌이다. 선생님이 워낙 거장이시지 않나. '내가 정말 성공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 배우 김환희는 오는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무대에 오르는 벅찬 감동을 이같이 전했다. 김환희는 이날 오후 2시30분과 7시30분 두 차례 있을 공연에서 1부 무대를 책임진다. 현재 블루스퀘어에 공연 중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여주인공 '루시' 역으로 출연하는 와중에 유키 구라모토와 콘서트도 준비하느라 바쁜 김환희를 지난 20일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키 구라모토는 한국인들이 유독 사랑하는 일본 피아니스트다. 1999년 한국에서 첫 공연을 했고,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한국에서 연주했다. 지난 5∼6월에는 서울, 부산, 울산, 구미, 평택에서 내한 25주년 기념 콘서트도 했다. 연말이면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하는데 올해는 김환희가 친구로 함께 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과 노래를 듣는 김환희도 유키 구라모토의 곡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았다. 지난 16일 강동아트센터에서의 첫 리허설 때도 연습에 몰두하는 그를 보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제가 연습실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선생님이 제가 온 것도 모르고 연습에 몰두하고 연주를 계속하셨다. 몰두하는 그 모습이 너무 감명 깊었다. (관계자분이) 불러드린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곡도 너무 황홀했다. 그냥 가슴을 울리는, 뭔가 좀 이상했다. 음악 자체가 몽글몽글한 느낌이기도 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래서 선생님 연주를 들으면서 막 눈물이 났다."
크리스마스이브 공연에서 김환희는 뮤지컬 넘버 세 곡과 크리스마스 캐럴 두 곡 '산타클로스 우리 마을에 오시네(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와 '오 거룩한 밤(Oh Holy Night)'를 노래한다. "'오 거룩한 밤'은 머라이어 캐리가 부른 곡이 유명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토리 켈리 버전으로 부를 예정이다."
뮤지컬 넘버 세 곡은 '보니 앤 클라이드'의 '나와 춤출까요( How 'bout a Dance), '위키드'의 '파퓰러(Popular)', '지킬 앤 하이드'의 '새 인생(A New Life)'이다. '위키드', '지킬 앤 하이드'와 달리 '보니 앤 클라이드'는 2014년 이후 국내에서 공연된 적이 없다. 김환희는 '나와 춤출까요'에 대해 "블루스, 재즈를 너무 좋아하는데, 저와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지킬 앤 하이드'에서 루시 역으로 출연하고 있기에 '새 인생'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꼭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뮤지컬 할 때부터 루시의 넘버 '당신이라면(Someone like you)'과 '새 인생(A New Life)'을 공부했다. 이 곡을 (내가) 무대에서 부르면 어떨까라는 상상도 많이 했다."
김환희는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기 전 '지킬 앤 하이드'의 10주년 기념 공연을 본 기억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2015년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고, 2014년 우연히 초대권을 얻어 블루스퀘어 3층 맨 오른쪽 구석 조승우와 린아가 출연한 지킬 앤 하이드 10주년 공연을 봤다.
"3층 맨 끝에 구석에서 오페라 글라스도 없이 봤는데 극이 주는 전율이 너무나 컸다. 같은 작품을 같은 공간에서 제가 하고 있다니 너무 신기하다. 무대에 서면서 그때 제가 느꼈던 감정을 많이 생각한다."
루시는 악덕 포주가 운영하는 술집 '레드 랫'에서 학대를 받으며 일하는 쇼걸이다. 엠마와 약혼한 지킬은 친구와 함께 레드 랫에 들렀다 루시의 공연을 보고 루시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는 "루시가 (엠마보다) 더 다채로운 면이 있는 인물이고, 감정적으로도 동요가 크고, 변화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루시로 오디션을 봤다"고 했다.
김환희는 올해 데뷔 후 가장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넥스트 투 노멀'을 시작으로 '하데스타운', '킹키부츠'에 이어 '지킬 앤 하이드'까지 4개 작품에 출연했다. 매년 출연 작품 수가 늘고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은 대극장 무대에 서는 일도 늘고 있다. "어깨가 너무 무겁다. 점점 책임감도 부담도 커진다. 다만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점은 정말 좋다. 많이 배우고 있다."
그는 유키 구라모토와의 공연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제가 정말 좋아하고, 불러보고 싶었지만 그동안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던 곡을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여서 정말 감사한 무대다."
김환희는 원래 노래를 하고 싶어서 실용음악과를 전공했고 교수님의 제안으로 뮤지컬을 시작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했다. "무대에서 놀면서 노래하고 싶었다. 가수 대신 뮤지컬 배우가 된 것이 하나님의 큰 그림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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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화, 드라마 등 카메라 앞에 서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했다. 다만 아직 해보지 않은 연극 무대에는 욕심이 있다고 했다. "뮤지컬이나 콘서트를 할 때, 가사를 이해하면서 노래를 하면 더 풍부한 감정이 나온다. 그런 감정을 무대에서 표현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연극을 언젠가 해보고 싶다. 성대가 건강해 노래를 잘할 수 있을 때 이번과 같은 콘서트도 많이 하고 싶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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