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리와 챗GPT 통합한 iOS18.2 배포 시작
애플 인텔리전스 서비스 개시
WSJ "인간 잠재력 발휘할 AI" 평가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해 맥, 아이패드에 챗GPT 기능을 탑재했다.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Siri)가 챗GPT와 연동되면서 스마트폰의 AI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애플 발표에 앞서 구글도 AI ‘제미나이 2.0’을 공개하는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AI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아이폰의 운영체제(OS)인 iOS18.2 정식 버전을 배포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애플 시리가 챗GPT와 접목해 보다 똑똑해졌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전화기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챗GPT의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챗GPT 앱을 통해 명령어를 내리지 않아도 AI를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사용자가 시리를 사용하면서 자체 응답과 챗GPT 응답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은 자체적으로도 AI를 개발했지만 보다 큰 답변이 필요한 경우 챗GPT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애플은 막대한 투자가 없이도 AI를 도입하게 됐고 아이폰 이용자들은 챗GPT를 계정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다. 오픈AI는 수십억명이나 되는 애플 사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인 AI에선 이미지 생성 기능도 포함한다. 아이폰16에서는 시각 지능을 통해 카메라에 담긴 피사체나 장소에 관한 정보를 즉각 파악하는 기능도 있다. 어려운 AI보다는 보다 쉬운 AI부터 경험하게 한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폰16 출시 직후 AI 기능이 빠진 것을 비판했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마침내 인간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AI를 출시했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향후 앱 간의 연동과 글쓰기 등에서 더욱 강화된 AI 기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능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 적용되지만 국내에서도 언어를 영어로 설정하면 사용할 수 있다. 한글 지원은 내년 4월로 예정돼 있다. 다만 아이폰 AI 기능을 사용하려면 아이폰15프로나 아이폰16, 아이폰16프로 등 최신 아이폰을 사용해야 한다.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화기에 사용된 반도체의 성능이 강력하고 메모리의 용량도 커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A17프로 칩과 M1 이후 칩을 사용한 제품만 AI를 지원한다.
애플의 AI 야심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날 미 IT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애플이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과 함께 AI 서버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혁신을 주도해 온 반도체 설계는 이제 스마트폰과 컴퓨터용 칩을 넘어 통신과 AI용 칩까지 넘보고 있다.
애플의 경쟁사들도 맞불을 놓고 있다. 애플과 협력하는 오픈AI는 최근 12일 연속 신규 서비스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열어 월 사용료 200달러인 챗GPT, 동영상 제작 AI 소라의 정식 버전, 협업 도구 캔버스 등을 줄줄이 공개했다.
이날 구글은 거대언어모델(LLM) AI인 ‘제미나이 2.0’을 공개했다. 구글은 이를 통해 AI 에이전트 시대에 대한 본격 대응을 시작했다는 평가다. 구글은 지난해 챗GPT 대응에 나서다 설익은 서비스로 호된 비판을 받았지만 지난 10월 구글딥마인드가 개발한 단백질 분석 AI인 ‘알파폴드’가 노벨화학상을 받은 데 이어 AI 분야의 성과를 본격 과시하고 있다. 제미나이의 발전은 삼성전자 등 구글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 진영에도 희망이다. 삼성도 최근 갤럭시S25 스마트폰에 사용될 ‘원 UI7’을 사전 공개하며 다가올 변화에 대비 중이다.
애플과 구글의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애플 AI가 본격화하면서 아이폰의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나스닥 지수도 사상 최초로 2만선을 넘어 마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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