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팀, 260만명 유전정보 분석
"통풍은 평생 치료 받아야 하는 유전병"
치킨과 맥주는 통풍에 죄가 없다? '바람만 스치고 지나가도 칼에 베이는 것 같다'는 통풍의 주원인으로 그동안 식습관이 지목됐는데, 실은 유전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뉴질랜드 오타고대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260만명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만성병인 통풍은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유전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 대상자 가운데 통풍 환자는 모두 12만295명이었다. 연구팀은 통풍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유전자 코드를 비교한 결과 377개 특정 DNA 영역에서 통풍 관련 변이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오타고대 토니 메리먼 교수(미생물학, 면역학)는 "통풍은 유전적 요인이 매우 강한 만성 질환이므로 환자 잘못이 아니다"라며 "통풍이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으로 발생한다는 그릇된 인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잘못된 통념 때문에 많은 환자가 수치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붉은 육류 등 특정 음식의 섭취가 통풍 발작을 일으킬 수 있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통풍의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요산염 수치, 관절의 결정, 결정을 '공격'할 준비가 된 면역체계라고 설명했다. 유전은 이 모든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메리먼 교수는 "통풍 발작을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표적과 접근법을 제공하는 면역 유전자와 면역 경로를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연구가 통풍 치료법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유전학에 실렸다.
한편 관절 내 공간에 요산이 침착되면서 생기는 통풍은 남성에게 흔한 질병이다.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3~4배 더 많이 통풍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경우는 더 심해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통풍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약 51만명 중 약 93%가 남성이다.
통풍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매우 고통스러운 급성 관절염 발작이다.
관절의 염증은 요산염 결정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데, 음식은 요산염 수치가 높을 때 미미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관절에 요산염 결정이 있는 사람에겐 음식이 통풍을 일으키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통풍 환자에게 해로운 음식은 '퓨린'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육류(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 등푸른생선(청어,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 새우, 바닷가재 등 갑각류다. 특히 육류 중 간과 내장이 퓨린 성분을 많이 함유한다. 또 통풍 치료에는 비만, 고지질혈증, 알코올 중독, 고혈압 등 생활 습관병 개선이 필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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