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美 정부효율부(DOGE) 수장 맡아
가상자산 '도지코인'과 이름 같아 화제
머스크 한마디에 '휘청' 투자 유의해야
'도지코인(DOGE Coin)' 사랑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일론 머스크(53)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말로 도지 장관이 됐다.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머스크를 차기 행정부가 새로 신설하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 수장으로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효율부가 미국 정부의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 낭비적인 지출을 줄이고, 연방 기관들을 구조조정하는 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 한때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비벡 라마스와미가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효율부의 약자인 도지(DOGE)는 공교롭게도 머스크가 홍보하던 가상자산 도지코인과 이름이 같아 화제다. 일각에선 일부러 코인의 이름과 똑같이 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지코인은 2013년 라이트코인 코드를 바탕으로 개발된 오픈소스 가상자산이다. 만든 이는 IBM 출신 개발자인 빌리 마커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개발자인 잭슨 팔머다. 이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이상 열풍 현상을 풍자하기 위해 장난으로 도지코인을 만들었다. 초기엔 '장난삼아 만든 통화(Joke currency)'라고 부른 이 코인이 지금은 밈(Meme) 코인의 대장주로 등극했다.
밈 코인에서 알 수 있듯, 도지코인은 인기를 끈 인터넷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인 '시베 도지(Shibe doge)' 밈을 마스코트로 사용한다. 시베 도지의 개 품종은 일본 시바견으로, 시바견(Shiba dog)의 영문 철자를 누군가 고의로 오타를 낸 뒤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밈의 실제 모델은 일본의 유치원 교사인 사토 아츠코가 2008년 입양한 유기견 '카보스(2006~2024)'다. 2010년 아츠코는 블로그에 카보스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카보스의 표정과 자세가 독특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새침한 표정으로 앞발을 가지런히 모은 채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누군가 도지란 이름을 붙였고,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면서 여러 형태의 밈으로 확대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도지코인을 띄운 건 정작 두 개발자가 아닌 머스크였다. 2019년 4월 머스크는 엑스(X·옛 트위터) 개인 계정에 "도지코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암호화폐일지 모른다. 꽤 멋지다"라며 관심을 보였다.
그의 말 한마디에 도지코인의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했다. 2021년 4월에는 자신이 미국의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에 출연한다는 소식과 함께 "도지의 아버지(The Dogefather)"란 글을 남겨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잔뜩 심어놓았다. 정작 SNL에 출연해선 "도지코인은 사기"란 농담을 던졌고, 도지코인 가격은 최고가 대비 38% 추락했다. 도지코인으로 테슬라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투의 글을 올렸을 때는 25%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도지코인 가격은 연일 폭등하고 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장관에 발탁되면서 이름 약어가 같은 도지코인이 자동으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밈 코인 가운데 최초로 1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도지코인은 밈 코인 특성상 등락이 크고, 무제한 공급이 가능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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