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대의원 224명 중 170명 찬성
오는 13일 비대위원장 대의원 투표
30일 이내 차기 회장 보궐선거 진행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불신임(탄핵) 투표가 가결됐다. 의협은 60일 이내에 치러지는 차기 회장 보궐 선거까지 비대위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그간 임 회장과 갈등을 빚던 사직 전공의 대표는 불신임 가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의협 대의원회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 등 안건이 올라간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의협 관련 규정에 따르면 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은 선거권이 있는 회원의 4분의 1 이상 또는 재적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 발의로 성립하며,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이날 224명의 대의원이 참석해 170명이 임 회장 불신임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50표, 기권은 4표에 그쳤다.
의협 내규에 따르면 불신임이 가결될 시 회장은 즉시 직무에서 배제되고 60일 이내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보궐선거로 새 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두 달 내의 집행부 공백은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구성한 비상대책위가 메울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이날 임시총회에서 투표에 앞서 "의대 증원 강행과 의료 농단의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의 독선과 아집에 무력하게 막힌 저 자신이 그저 죄스러울 뿐"이라며 "특히, 이번 싸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전공의와 의대생 여러분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며 대의원 설득에 나섰다.
이어 재신임이 된다면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 ▲투명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집행부가 될 것 ▲인적 쇄신 등을 이루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득은 대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임 회장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여성판사를 향해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와 의대생 7500명 동시 교육이 가능하다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언에 대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 본인을 비방한 의사에게 "고소 취하를 원하면 1억원을 가지고 와라"라고 하는 등 여러 막말 관련 구설에 오른 바 있다. 10개월 넘게 계속된 의정 갈등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점 등도 함께 지적받아 왔다.
실제 임시총회 당시 임 회장이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 일었던 박수 소리는, 회의장에서 임 회장의 '1억원 요구' 녹취 방송 후 이뤄진 해명 발언 후엔 확연히 줄어들기도 했다.
임 회장의 불신임에 의협 대의원회는 비대위 구성에 나선다. 의협은 11일 비대위원장 후보 공모를 올린 후 12일 지원 접수를 받은 뒤 13일 오후 8시 모바일로 비대위원장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는 모바일로 이뤄지며 대의원만 참여가 가능하다.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가 이뤄진다.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차기 회장 선출 시까지다.
차기 회장 보궐선거는 내규상 60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의협 대의원회는 빠른 사태 안정화를 위해 30일 이내에 차기 회장 선출을 마무리하겠단 복안이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 등은 의협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 후 내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사직 전공의 대표는 의협 회장 불신임 투표 가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투표 직후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협 대의원회 임시총회에서 임현택 회장이 불신임당했단 기사를 공유하며 "결국 모든 길은 바른길로"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의정 갈등 국면에서 임 회장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사퇴를 촉구해온 바 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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