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7일 기자회견 앞두고 '기대반 우려반'
정치권과 재계에서 '사과'가 화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일 전망치를 크게 하회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이 재도약 의지를 다진 사과문을 내놨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 관련해 별도의 사과문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사과문을 접한 고객과 투자자들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심기일전을 약속하며 기술 경쟁력 복원·철저한 미래 준비 등으로 그룹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청사진이 담겼는데 사과문 주체가 이재용 회장이 아닌 전영현 부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삼성전자는 이달 1일 창립 55주년 기념식을 맞아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나서 반성문을 내놨지만 '삼성전자 위기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과문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결단이 담긴 총수의 사과문이었다면 무게감은 달랐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또 하나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갖고 김건희 여사·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의혹에 대해서 직접 소상하게 밝힐 예정이다. 임기 반환점을 맞은 가운데 지지율이 10%대로 최저치를 경신하고 국민 여론 악화로 국정 동력을 상실할 위기감이 고조되자 이달 말께 예정된 대국민 소통행사를 앞당겼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견이 앞서 5월과 8월에 진행됐던 대국민 담화와 결을 달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자들의 질문 주제, 개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윤 대통령이 직접 모든 의혹에 답변하면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회견에서 국정 성과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윤 대통령이 이번에는 달리진 모습을 보일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무엇보다 이번 회견의 하이라이트는 김 여사·명 씨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와 특검법 수용 여부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은 KBS와 신념 대담을 통해 처음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당시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방어적 자세를 취해 논란이 됐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여러 의혹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거나 사과가 아닌 해명으로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면 국정 동력 회복의 마지막 기회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사과는 어렵다. 특히 유교 문화가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칫 사과는 잘못을 인정해 '지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흔히 '사과의 기술'을 얘기할 때 최악의 경우로 '어설픈 사과'를 꼽는다.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어떤 행위에 대한 사과인지 주체와 범위가 불분명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한다. 사과는 적절한 타이밍과 단어 선택이 생명이다. 사과는 타이밍을 놓치면 더욱더 하기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관계 회복에도 오랜 시일이 걸린다. 특히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대통령의 사과는 더욱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사과에 그치지 않고 해결책과 대안을 함께 내놓는 것도 필수다.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사과의 기술'을 발휘해 남은 임기 국정 동력을 회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길 바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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