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후보때 꺼낸 정호승 시 '폭풍' 재언급
尹대통령·김여사에 성난 민심 겨냥한 듯
집권당 당대표로서 책임감에 나서
韓 "모두가 문제 알지만 해결 안 해"
변화·쇄신해야 野헌정파괴시도 막을 수 있어
민주당에도 '北, 러시아 파병' 등 입장 촉구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호승 시인의 '폭풍'이라는 시를 언급하며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실 인적쇄신,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 등 정국 현안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7월 12일 당대표 후보 시절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지금 나가면 죽기 딱 좋다. (국민의힘이) 더 망할 테니 더 망한 다음에 널 찾을 때 나오라고 말씀하셨다"며 이 시를 언급한 후 "폭풍이 들어올 때 여러분과 함께, 여러분을 위해 앞장서서 우산을 들고 방패가 되고 산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 대표가 새로운 슬로건인 "'강강약약(기득권에 강하게 쇄신을 요구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친다.) 보수'에 이어 이날 '폭풍'을 언급한 것은 폭풍같이 몰아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이겨내기 위한 우산이 되는 동시에 대통령실을 꾸준히 견제해 민심을 돌려놓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안다. 다만, 누구도 문제 해결에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집권당 대표로서 그 책임감으로 나섰다. 문제를 방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뭉치고 단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하락을 막고,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6개월 동안 정권 재창출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른바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 표심을 확보해야 국민의힘에 미래가 있다고 한 대표는 진단했다.
특히 겨울 추위가 오기 전인 11월 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의료수요 폭증에 대응할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윤석열 정부의 쇄신을 촉구했다. 한 대표는 "(의정 갈등을) 제때 풀지 않으면 그야말로 '파국'"이라며 "발상을 전환하고 변화하고 쇄신해야만 야당의 헌정파괴시도를 막아낼 수 있다"고 윤 대통령을 거듭 압박했다.
한 대표는 "보수의 긍지와 자부심을 바로 세우는, 부끄럽지 않은 정치 하겠다. 애국심과 도전정신으로 국민의힘의 중단없는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가겠다"며 "우리 당에서 시작된 변화와 쇄신은 낡고 부패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정치판 전체를 개혁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역설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입장표명,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공식입장, 이 대표 범죄혐의 방탄을 위한 폭력적인 정치행태 중단을 요구했다. 한 대표는 여야 대표회담을 앞둔 이 대표를 향해 "그 어떤 개인도 시스템 위에 있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사법시스템을 전복하는 것은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막을 것이다. 제가 앞장서겠다"고 경고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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