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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디지털화폐는 왜 실패했나[디지털 원화가 온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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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나이지리아·자메이카 등 소매용 디지털화폐 출시
사용률 낮아 현재까지는 실패했다는 평가
우리도 디지털원화 도입 위해서 보다 면밀한 준비 필요

카리브해의 디지털화폐는 왜 실패했나[디지털 원화가 온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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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 바하마는 2020년 중앙은행법을 개정하고 세계 최초의 소매용(범용) 디지털화폐(CBDC)인 샌드 달러(Sand Dollar)를 출시했다. 잦은 허리케인으로 바하마는 실물 결제 시스템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고, 유명한 조세회피처로 불투명한 금융거래도 많았기 때문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사용이 가능한 샌드 달러를 통해 거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려 했다.


바하마 국민들은 자신의 은행예금을 스마트폰 전자지갑 속 샌드 달러로 바꿔 마트나 식당, 약국 등 일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바하마의 CBDC 도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2월 기준 바하마에서 샌드 달러 유통량은 전체 현금 사용량의 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바하마 전체 인구의 1% 만이 샌드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바하마의 국민들은 물론 시중은행도 샌드 달러 도입을 꺼렸다. 바하마 은행들은 샌드 달러 도입으로 인한 비용증가, 보안위험, 예금 유출, 대출 축소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했다. 국민들은 샌드 달러 사용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과 시스템 불안정성 등을 걱정했다.


카리브해의 디지털화폐는 왜 실패했나[디지털 원화가 온다]② 자료 : 한국은행
바하마·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 범용 CBDC 출시, 대중화 어려움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하마는 은행과 상인들의 참여 부족으로 샌드 달러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샌드 달러 사용과 관련한 시스템 부족과 낮은 인센티브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샌드 달러의 대중화가 어려움을 겪자 바하마 정부는 은행의 샌드 달러 사용 의무화를 논의 중이다. 존 롤 바하마 중앙은행 총재는 "샌드 달러 도입 이후 현재까지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업 은행들이 샌드 달러를 일정 부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규정을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를 공식 도입한 나라는 바하마를 포함해 나이지리아와 자메이카까지 총 3곳이다. 이들 국가는 현금 의존도가 높고 은행업 발달이 미진하며 예금계좌 보급률이 낮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와 자메이카 역시 바하마와 마찬가지로 디지털화폐의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리브해의 디지털화폐는 왜 실패했나[디지털 원화가 온다]② 바하마의 샌드달러 이미지

나이지리아는 바하마보다 1년 뒤인 2021년 10월 디지털화폐인 이나이라(eNaira)를 공식 도입했다. 3년이 지난 현재 나이지리아 통화 유통량에서 이나이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0.3%대에 불과하고 전체 국민의 1% 정도만 사용할 정도로 낮은 침투율을 보인다. 자메이카도 나이지리아에 이어서 2022년 디지털화폐인 잼-덱스(Jam-Dex)를 도입했지만 역시 1% 이하의 낮은 사용률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3곳 외에도 CBDC 도입을 준비하는 나라는 많다. 주요국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2022년 2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CBDC 시범운영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현재는 일부 공무원들에게 디지털 위안화(e-CNY)를 급여로 지급하고, 일부 국가와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들과 일본 역시 모의실험을 통해 CBDC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00개 이상의 나라에서 CBDC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BIS는 2030년 24개국이 CBDC 발행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들이 디지털화폐 사용 필요성 못 느껴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은 샌드 달러와 잼-덱스 등 카리브해 국가들의 디지털화폐 도입이 실패한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지난 4월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인들이 디지털화폐 계좌와 기존 은행 시스템과의 통합에 어려움을 겪었고, 은행들은 디지털화폐 프로젝트 도입을 주저했다. 상인들은 디지털화폐 도입을 위해 결제 시스템(POS)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을 느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국민들에 대해 디지털화폐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와 장점 등을 충분히 인지시키지 못한 것도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프랭클린 놀 캔자스시티 연은 지급 스페셜리스트는 "카리브해에서 아직까지 어떤 CBDC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CBDC가 대중화되려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현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단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쓸 것이라는 단순한 태도로 중앙은행이 CBDC에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리브해의 디지털화폐는 왜 실패했나[디지털 원화가 온다]② 작년 12월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IMF는 일부 국가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도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디지털화폐 도입이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높이고, 발생 가능성이 작지만 만약 발생한다면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꼬리위험(tail risk)을 예방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간 내 도입이 어려울지라도 충분한 준비를 통해 점진적으로 도입한다면 대중화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BIS도 CBDC를 미래 핵심 금융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으며, 각국 중앙은행에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의 토큰화 실험과 관련 법제화 추진을 주문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CBDC는 배포 비용이 많이 드는 현금을 대체할 수 있다"며 "은행 계좌 보유율이 낮은 지역에서 금융 포용성을 높일 수 있고 안전하고 저렴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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