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전격 인하…돈 풀어 경기 살린다(종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3.50%에서 3.25%로 인하
미국 기준금리 인하, 물가 안정, 내수 부진 등 영향
가계부채 여전히 불안해 연내 추가 인하 없을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종전 3.50%에서 0.25%포인트 하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제공 :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완화로 돌아서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데다 국내 물가도 확연하게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가 결정됐다는 평가다. 내수경기가 부진한 것도 한은이 역대 최장기간 이어온 고금리 기조를 더이상 고수할 수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릴 시점이 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 남아있어 연내 추가적인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3년 2개월 만에 피벗 시작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종전 3.50%에서 0.25%포인트 하향했다.

한은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4년 5개월 전인 2020년 5월이다. 당시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0.50%까지 인하한 바 있다. 이후 저금리 기조로 인해 고물가 우려가 나타나자 2021년 8월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면서 본격적인 통화긴축을 시작했다. 기준금리는 작년 1월 3.50%까지 올라갔고, 이후 한은은 올해 8월까지 역대 최장기간인 13회 연속 금리 동결을 유지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는 피벗이 3년 2개월 만에 시작됐다.

한은이 장기간의 고금리 기조를 끝낸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물가안정 등으로 그간 금리인하를 제약했던 여러가지 장애물들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한은의 금리인하 여건이 상당히 충족됐다는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빅컷을 단행한데다 캐나다, 유럽 등 주요국들은 그보다 앞서서 금리를 내려왔다"며 "한은이 더이상 고금리를 고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가 확연한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금리 인하를 불러온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1.6%로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대로 내려왔다. 한은의 물가 목표치인 2.0%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연착륙 전망의 큰 변화는 없는 가운데 9월 물가상승률이 1.6%까지 둔화하며 물가안정 기조가 강화됐다"며 "미국이 빅컷 이후에도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여 한은의 금리인하 명분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내수부진 등도 금리인하 배경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세가 둔화를 보이는 데다가 한은이 내수 부진을 더 두고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금리를 내린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전월인 8월 한 달 동안 9조6259억원 늘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뒤 9월 들어 증가 폭이 축소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일수를 감안한 9월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8월 대비 57% 수준으로 급감하며 정부 정책의 효과가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도 쇼크 수준으로 내려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확충됐다"고 강조했다.

내수 부진 역시 금리 인하의 배경이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특히 민간소비가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 1.2%, 1.7% 축소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9월 경제동향에서도 "소매 판매와 건설 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종전 3.50%에서 0.25%포인트 하향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은행)

일부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10월 기준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꼽힌다. 신성환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상승세가 확실히 둔화할 때까지 기다리기엔 우리 경제에 여유가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91.1%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춰야 우리 경제에 부담이 덜하다고 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도 내려가고 물가도 떨어지는 등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맞지만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인하하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하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Fed가 오는 11월 7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한은도 11월2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은 12월18일을 포함해 두번의 FOMC가 남아있고, 한은은 11월28일이 마지막 금통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