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공휴일 월요일로 지정…'실버위크' 별명
한국 추석과 겹치는 연휴…관광지 인파 몰릴듯
내수 진작 효과 높아 주목…공휴일 의미 퇴색 비판도
추석 연휴 잘 쉬고 계신가요? 이번 추석은 주말이 아니라 길게 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인 것 같습니다. 빨간 날이 주말과 겹치는 만큼 속상한 일도 없는데요. 그래도 요즘은 대체 공휴일이 있어 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긴 하네요.
그렇다면 옆나라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일본도 오는 16일 월요일 쉽니다. 토·일·월 3일 짧은 연휴에 돌입하는데요. 아마 추석 연휴 일본 여행 가시는 분들 '이번 주 일본도 추석이야?' 할 만큼 관광지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명절을 양력 기준으로 통일했기 때문에 추석 연휴는 아니고요, 우리나라 대체 공휴일과 비슷한 제도 덕분에 그렇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해피 먼데이 제도'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오는 16일까지 일본은 실버 위크에 돌입합니다. 공식 명칭은 아니고 일본의 5월 최대 연휴 '골든위크'보다는 짧기 때문에 붙은 별명입니다. 우리나라 대체공휴일과 비슷한 제도가 일본의 해피 먼데이 제도로 생긴 연휴인데요. 이름만 들어도 유추가 가능하시죠? 공휴일을 월요일로 이동시켜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3일 연휴로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해피 먼데이는 1998년 논의되기 시작해 2000년부터 도입됐는데요, 총 4개 공휴일이 대상입니다. 1월 15일 성년의 날, 7월 20일 바다의 날, 9월 15일 경로의 날, 10월 10일 체육의 날인데요. 성년의 날은 1월 둘째 주 월요일, 바다의 날은 7월 셋째 주 월요일, 경로의 날은 9월 둘째 주 월요일, 체육의 날은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개정됐습니다. 이 덕분에 대체 공휴일 지정 논의나 통과 없이 일단 휴일이 보장되게 된 것이죠.
해피 먼데이가 도입된 2000년 성년의 날에는 황금연휴를 노려 국내 이곳저곳으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하면서, 여행과 레저 수요가 부쩍 높아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비용이 들지 않아도 내수 진작 등의 효과가 높은 정책으로 주목받게 되죠.
대신 일본 내각부에서는 다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사람들이 놀러 가느라 공휴일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는 것입니다. 내각부에서는 "제도 도입 후 10여년을 거쳐 국민 여러분에게 해피 먼데이가 정착하고 있지만, 공휴일의 본래 의의에 대한 의미가 희미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일본의 공휴일에 대한 의미를 깊게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계승된 전통과 문화도 재인식해달라"며 공휴일 의미를 담은 안내를 공지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9월 셋째 주 월요일 경로의 날은 일본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내각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경로의 날은 1966년 공휴일 법 개정에 의해 설치된 공휴일로, 다년간 사회에 헌신해오신 어르신들에게 감사드리며 노후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합니다. 1947년부터 효고현에서는 이미 이날을 '어르신의 날(としよりの日)'로 제정했는데, 이것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는 공휴일 지정 이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관련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날이었기 때문에 해피 먼데이로 지정됐다고 하네요.
다만 해피 먼데이 제도를 놓고도 여러 의견이 오가곤 합니다. 매번 폐지론이 고개를 들기도 하는데요. 경제 효과는 창출됐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 기념일의 의의를 해친다는 지적, 그리고 학교에서 월요일 수업 시간 수가 부족해져 조정이 번거롭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하네요. 실제로 2010년에는 국회에서 해피 먼데이 제도를 폐지하고, 황금연휴를 지역별로 다르게 두는 분산에 관련한 안이 제출되기도 했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이번 주는 연휴를 즐길 수 있겠네요. 그래도 저희가 더 긴 연휴를 보장받아 좋은 것 같습니다. 추석이라 더 뜻깊기도 하고요. 모두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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