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드론이 못가는 통로 진입 가능
"작전 효율성 높이고 사기도 올려줘"
2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로봇 개'가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로봇 개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염가 제품이지만, 각종 센서와 위장 덮개를 달아 정찰 병력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AFP 통신 등 외신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 로봇 개를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지뢰 탐지, 정찰, 무기 및 탄약 운반 등에 로봇 개를 활용하고 있다.
이 로봇 개는 '배드 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웅크리기, 달리기 등 실제 개와 유사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2시간 작동 가능한 전지와 열화상 카메라, 각종 센서를 탑재했으며, 혹시나 적의 손에 넘어갔을 경우 모든 저장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는 '킬 스위치' 기능도 있다.
해당 로봇 개는 최근 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여한 물자 중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매체 '빌트'지는 앞서 로봇 개 약 30마리가 우크라이나로 공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로봇 개를 공급한 업체는 영국의 안보 기업 '드론 얼라이언스'인데, 이 회사는 전장, 해양 등 여러 위험 환경에서 활약할 수 있는 드론 솔루션을 디자인해 제공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다만 로봇 개 자체는 중국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매체 '포브스'는 해당 로봇 개가 중국 '유니트리'의 '고투프로(Go2 Pro)' 제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당 가격은 3500달러이며, 무게는 30파운드다. 다리를 접어 쉽게 운반하거나 휴대할 수 있다는 게 특징으로 원래는 취미용 제품에 가깝다. 우크라이나군이 쓰고 있는 고투프로는 다양한 군사용 센서와 위장막으로 개조한 제품이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대신 로봇 개를 애용하는 이유는 뭘까. 포브스는 "로봇 개는 비행 드론이 진입하지 못하는 통로도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의 창문이나 참호 통로 등 비좁은 공간을 따라 비행하는 기능을 갖춘 드론은 극히 드물지만, 로봇 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로봇 개는 집 등 구조물이 많은 시가전 환경에서 유용하다.
또 다른 장점은 '지뢰 제거'다. 드론은 땅 밑에 묻힌 지뢰나 부비트랩 위를 지나갈 뿐이지만, 로봇 개는 지뢰를 작동할 수 있다. 로봇 개는 지뢰 폭발에 파손되더라도 쉽게 대체하거나 수리할 수 있다. 군인 한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로봇 개 한 마리쯤은 언제든 희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브릿 얼라이언스의 카일 소번 대표는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최전선에서 적의 드론 공격으로 인한 부상자 증가에 우려를 나타냈다"며 "고위험 지역에서 정찰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했고, 그 결과인 로봇 개는 작전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군대의 사기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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